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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테이션 참가 대학 신입생 피 토하는데…

온라인 중앙일보 2014.03.19 17:29
서울의 한 명문대에 합격해 들떴던 신입생 A 씨는 시작부터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다. 지난달 17일부터 2박 3일간 경기도 가평시 한 리조트에서 열린 신입생 환영회(OT). 이날 행사에 참가한 A 씨는 이틀 동안 폭음을 했다. 결국 A 씨는 숙취를 이기지 못해 피를 토하고 말았다. 그러나 현장에 교직원이 없어 학생들끼리 응급실로 가야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지난달 사상자 100여 명을 낸 경주 마우나 리조트에서의 끔찍한 사고 이후에도 OT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내 18개 대학 중 학교 측이 신입생 OT 총 참여 인원을 파악한 곳은 10군데에 불과했다. 그중 정확한 수를 아는 곳은 3군데뿐이었다. 나머지 7군데는 규모 파악 정도에 그쳤다. 총학생회조차 참여 인원수를 모르는 곳도 5군데나 됐다.



K대학의 경우 학교 측에서는 “직원을 보내 인원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대학 학생회 간부 하 모씨(21)는 “학교 측 직원은 오지 않았다. 교수님들도 온다고 하셨다가 결국 못 오셨다”고 말했다. 하 씨는 “학생들이 투어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학교는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Y대 학생회장이었던 문 모씨(25) 역시 “학교 직원은 없고 각 단과대 간부들이 모여 주최한다”고 밝혔다.



OT 당일 안전 관리 역시 학생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K대 학생회 간부였던 서 모씨(23)는 “80명 정도 학생을 4명이 감독하다가 다음 순번이 오면 교대해 술 마시며 노는 분위기다. 제대로 된 감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G대 학생회 간부 박 모씨(24)도 “학생들끼리 해결하기에 무서운 상황이 많다. 처음 술을 접하는 신입생들은 자신의 주량을 전혀 모르는데 계속 술을 마시기를 강요하면 난폭해져 싸움이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Y대 학생회장인 황 모씨(22)는 “방에서 자다가 토하는 학생도 있다. 기도가 막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처 방법을 몰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안전 관리를 위한 직원이 OT 기간 내 상주해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평균 2~3명의 직원이 학생 70명 이상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G대 박 씨는 “교직원들 방이 따로 있어서 보기가 힘들다. 학생들을 보호하거나 챙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신입생 OT에서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06년 3명, 2007년 3명, 2008년 3명,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해 2명씩 발생하고 있다. 올해에는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 이외에 추락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신입생 오 모(19·경남 창원) 군은 강원도 삼척시에서 열린 S대학교 단과대 OT에 참가했다가 호텔 4층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오 씨의 동기는 “담배를 피우려던 친구가 베란다가 있는 줄 알고 창문을 열고 나갔다가 떨어진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 학생은 머리와 다리 등을 크게 다쳐 현재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교에서는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정확한 참여 인원 수 파악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관계자에 의하면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행사이고, 재학생들도 중간 중간에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동국대학교 학생회 측은 “오리엔테이션 자체가 학생 행사이므로 학생들이 꾸려나가는 게 맞다. 관여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학생들에게 편하다”고 주장했다.



대안 마련에 힘쓰는 학교도 있다. 중앙대학교는 주변 병원 위치 확인과 장소 답사 등을 다시 실시하기 위해 모든 학부의 OT 일정을 3월로 미뤘다(의과대학 제외). 주류도 따로 구입하지 않고 동문으로부터 후원이 들어온 경우에만 가져가도록 지시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OT 시행 2달 전부터 학교 측 직원 2~3명과 함께 장소 사전 답사를 두 번 실시했다. 학생들이 타고 가는 버스는 최신 차량으로 지원했다. 학부모에게 OT 현황에 대해 전화로 보고하는 절차도 새로 마련했다.



대한보건협회 관계자는 “외국 대학의 경우 사고가 나면 학교에서 파견한 감시관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교직원들의 관리감독이 매우 엄격하게 이뤄진다”며 “미국 스탠퍼드 대학은 축제 때 내부 주점만 열어도 사고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등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에 대한 안전교육도 필수”라고 말했다.



남록지 인턴기자 rokji12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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