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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방호법 막는 민주당 … 국회 마비 이어 나라 망신까지

중앙일보 2014.03.19 02:00 종합 7면 지면보기
정부가 나라 망신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있다. 시한은 나흘이다. 여야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안(이하 핵방호법)을 처리하지 못하면서다. 우리나라는 2012년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 ‘핵테러억제협약’ 등에 대한 비준과 발효를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주 참석하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선 ‘핵테러억제협약이 2014년까지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서울 코뮈니케’ 이행을 각국에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출국(23일)을 나흘 앞두고도 이 협약의 발효를 뒷받침할 ‘핵방호법’은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 처리와 연계시켜 핵방호법 처리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핵방호법은 당초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


민생·국익 뒷전 방송법 연계 전략
핵테러 억제 국제 약속 못 지킬 판
"원포인트 국회 열어 법안 처리를"

 이에 박 대통령이 18일 정치권에 유감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 세종청사를 연결한 첫 영상 국무회의에서 “지금 북한의 핵 위협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핵 안보와 관련해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앞장서 나가기는커녕 약속한 것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국익에 큰 손상이 될 것”이라며 “국회에서 다른 법안과 연계해 이것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어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핵 폐기에 나서고 있는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선제적으로 이 문제에 모범을 보여야 할 입장에 있다”며 “핵안보정상회의가 2년마다 열리는데 그 안에 북한의 핵이 어떤 식으로 전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기회에 우리의 외교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디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오죽하면 국무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법안 처리를 당부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는 무엇보다 국익과 국민을 최우선에 놓는 정치일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비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말로는 새 정치를 표방하는 신당을 만든다며 민생법안을 연계하는 장삿속 정치를 하고 있다”며 “핵방호법처럼 여야 간 이견이 없고 시급한 법안 처리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나라 체면과 국익이 달린 문제인 만큼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당초 핵방호법에 대해 ‘조용한 처리’ 전략을 써왔다고 설명했다.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여야 간 합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되지 않는 구조에서 정부·여당이 중점처리법안으로 내걸면 되레 야당이 집중 타깃으로 삼아 처리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 인사는 “원래 핵방호법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이견 없이 심의를 마치고 법안소위 처리를 눈앞에 뒀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는 방송사 편성위원회 설치를 강제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들고 나오며 예정됐던 법안 126개 모두에 제동이 걸렸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핵방호법 처리를 위해 원포인트 단독국회를 소집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며 연계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 측의 인사는 “정부 입장도 있는 만큼 핵방호법과 시급한 민생법안 몇 가지를 묶어 처리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호·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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