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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 시작된 특허전쟁, 전 산업으로 확산될 것"

중앙일보 2014.03.19 00:45 경제 4면 지면보기
영국계 로펌 버드앤드버드의 데이비드 커 CEO(왼쪽)와 법무법인 충정의 목근수 대표변호사가 서울 정동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충정]


“지식재산권은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입니다. 정보기술(IT) 기업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에너지·금융·생명과학은 물론 광업·농업 같은 전통산업까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계 로펌 '버드앤드버드' 커 CEO
광업 같은 전통산업도 중요성 커져
특허 관리 따라 기업가치 변화



 영국계 로펌 ‘버드앤드버드(Bird&Bird)’ 데이비드 커(53) 최고경영자(CEO) 겸 대표변호사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지식재산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한 광산은 땅을 더 잘 팔 수 있는 드릴 제작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금융회사도 더 정교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갖출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커 대표는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846년 설립된 버드앤드버드는 IT·디자인 등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전 세계 17개국에 26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버드앤드버드는 지난달 법무법인 충정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국내 로펌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외국계 로펌은 버드앤드버드가 처음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들은 대부분 직영 사무소를 개설하며, 현재 19개 외국계 로펌의 한국 사무소가 국내에 문을 열었다. 이달 11일 방한한 커 CEO를 목근수(57) 충정 대표변호사와 한자리에서 만났다.



 -직영 사무소 개설이 아닌 전략적 제휴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 내 대부분의 외국계 로펌들처럼 법률 자문에 그치지 않고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인원이 적은 현지 사무소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10대 로펌 중 하나로 국내법을 잘 알고 한국 기업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충정과의 전략적 제휴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은 기술로 산업 변화를 주도하는 나라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목근수 대표변호사는 “외국 회사들이 한국 로펌의 자문을 필요로 할 때는 충정이, 한국 회사들이 외국 로펌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버드앤드버드가 나선다”고 설명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국내외 법률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받게 되는 셈이다.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국제적인 특허 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잦다.



 “특허 분쟁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삼성이나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술 기반의 대기업들은 이미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잘 활용하고 있다. 구글이 특허권 확보를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처럼 말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견기업이나 중소 제조업체 등도 특허권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나라에 비해 이 분야에서 매우 앞서 있다.”



 -이렇게 특허권 분쟁이 늘어나는 이유는.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약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 전엔 소수의 특허 담당자가 특허 출원에 관련된 서류작업을 하는 게 다였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변했다. 특허와 혁신은 긴밀한 관계가 있다. ‘혁신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혁신에는 투자가 필요하다. 혁신의 결과를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게 됐다.”



 -앞으로 특허권 분야의 주요 이슈는.



 “디자인·브랜드·상표권 등 다양한 분야의 특허 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3D 프린팅이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이미 의료업·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다. 3D 프린터가 대중화될 경우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설계도나 재료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지식재산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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