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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만이네요, 간송 보물들 동대문 첫 나들이

중앙일보 2014.03.19 00:37 종합 21면 지면보기

서울 옛 동대문운동장 터에 세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21일 시민들과 처음으로 만난다. 동대문의 역사를 끌어안고 새로운 복합문화전시공간으로 거듭났다. DDP는 간송미술관의 첫 외부 전시인 ‘간송문화’전을 비롯해 이 건물의 설계자 자하 하디드전, 독일 울름조형대학전, 엔조 마리전 등 개막 특별전을 연다. ‘시민과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을 최고의 가치로 삼겠다며 출발하는 DDP가 이제 시민들의 관심과 평가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개관 프로그램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21일 개관하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간송문화-문화로 나라를 지키다’에 출품된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첩 ‘혜원전신첩’. 간송미술관의 첫 외부 기획전으로, 간송 소장품의 정수라 할 93점이 나온다. [최승식 기자]

21일 문 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눈길 끄는 개관 기념 5색 전시회

① '간송문화'전



사진은 일제강점기 30대 초반의 간송 전형필이 일본 최고의 골동상과 겨뤄 사들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백자로 할 수 있는 모든 기법이 이 한 병에 담겼다. [최승식 기자]
이것은 긴 역사이자, 이야기와 이야기들의 중첩이다. 서울 성북동 보화각(간송미술관의 전신) 설립 76년만의 첫 나들이, ‘간송문화(澗松文華)-문화로 나라를 지키다’전 얘기다.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의 유출을 막으며 해방 이후를 준비했던 간송 전형필(1906∼62)의 문화보국에 대한 기억이며, ‘훈민정음(訓民正音)’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磁象嵌雲鶴文梅甁)’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등 국보들이 전하는 우리 역사의 이야기다.



 21일 개관하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하이라이트는 ‘간송문화’전이다. 1971년 시작, 지난해로 85회를 기록하며 매년 봄·가을 성북동에 수 만 명 인파를 줄세우던 간송미술관의 첫 외부 전시다. 간송의 맏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전문운송업체의 무진동 차량은 물론이고 시경·중부경찰서 등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안전하게 유물을 운송해 외부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엔 1940년 간송이 사들인 ‘훈민정음’이 처음으로 일반 공개되며, 혜원 신윤복(1758∼?)의 ‘혜원전신첩’ 속 30점의 풍속화도 6개월간 10점씩 나눠 모두 전시된다. 현재(玄齋) 심사정(1707~69)의 가로 818㎝ 두루마리 산수화 ‘촉잔도권(蜀棧圖圈·1768)’ 전면이 펼쳐져 우리 산수화의 장대함을 과시했다. 전시장엔 멀티미디어도 활용됐다. 주요 유물들을 근접 촬영해 더 잘 볼 수 있게 한 영상이 곳곳에서 상영된다.



 주제는 간송과 그의 수집. 간송의 비망록, 그가 그린 서화 등 간송 자신의 삶과 예술을 보여주는 유물들로 시작된다. 이어 시기별로 간송이 모은 유물들 중 이력이 분명한 것들을 가려 내놓았다. 당시 기와집 15채 값인 1만4580원으로 일제강점기 미술경매상인 경성미술구락부 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제294호), 일본서 활동하던 영국인 국제 변호사 존 개스비를 찾아가 구입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국보 제270호) 등이 진열장 속에서 그 자태를 뽐낸다.



 전시의 마지막은 ‘훈민정음’(국보 제70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글을 만든 이유와 원리, 사용법을 설명한 이 책은 세종의 애민정신의 소산이자 우리 문화의 정수, 그리고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의 상징이다.



 백인산 간송미술문화재단 연구실장은 “DDP에서의 ‘간송문화’전은 6개월간 1·2부로 나눠 열린다. 1부(6월 15일까지)는 대표작 중 소장 이력이 확실한 것들을 중심으로 꾸몄으며, 2부(7월 2∼9월 28일)는 혜원의 ‘미인도’, 삼국시대 불교유물 등 재단 소장의 명품전으로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장대하고 우아하고 화려하고 친밀하고-.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전위적 공간 DDP에서 만나는 이 고미술전은 우리 문화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준다. 서울시립미술관 선승혜 학예연구부장은 “심사정의 ‘촉잔도권’이 제발을 포함한 전체 모습으로 공개됐다. 무자년(1768) 심사정이 그린 것을 다시 무자년(1948) 오세창이 보고 발문을 썼더라. 한국 예술이 수세기를 넘어서도 울림을 주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옮겨둔 보화각 정초석에도 간송의 멘토였던 당대 최고의 감식안 오세창의 글이 새겨져 있었다. 풀어쓰면 이렇다. “서화는 심히 아름답고 골동은 자랑할만하다. 한 집에 모아놓으니 천추의 정화로다… 세상 함께 보배 삼아 자손길이 보존하세.”



② 자하 하디드 360도

DDP 설계자의 머릿속엔 …




DDP를 설계한 이라크 태생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는 자리다. 건축가로서 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이너로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조명한다. 30년간의 지형학 연구를 보여주는 건축 모형, 설계 드로잉과 더불어 소재와 형태가 파격적인 주얼리와 구두, 테이블과 의자 등을 볼 수 있다.



③ 엔조 마리 디자인

델피나 의자 등 명품 소개




“디자인은 태도다”라고 말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엔조 마리(Enzo Mari·82)는 ‘디자이너들이 존경하는 디자이너’다. 물건을 직접 만드는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며 산업디자인, 어린이를 위한 게임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그래픽, 조명기구, 완구류, 생활용품 등 대표작은 디자인의 본질을 탐구한 엔조 마리 특유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④ 울름 디자인 그 후

독일 디자인의 전설 재조명




1953년부터 68년까지 15년간 운영된 독일 울름 조형대학은 바우하우스와 양대 산맥을 형성할 정도로 현대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량생산을 염두에 두면서도 미학적 편리성을 추구한 이 대학의 철학과 역사를 조명한다. 막스 빌 등이 디자인한 울름 의자,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컴팩트 오디오, 루프트한자 CI 등을 만날 수 있다.



⑤ 김영세 디자인 뮤지엄

T라인 컬렉션 한 자리에




볼거리 중 하나는 둘레길 쉼터 3층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YKDM’다. 이노디자인이 만든 곳으로, 이노디자인의 아카이브를 테마별로 보여주는 뮤지엄과 라운지를 결합했다. 태극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T(태극)라인 컬렉션’과 더불어 이노디자인을 이끄는 김영세 대표의 디자인 철학과 결과물을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글=이은주 기자

권근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이원복 경기도박물관장): 좋은 작품엔 별도의 연출, 전시기법이 필요치 않더라. 간송 컬렉션의 문화사적 의미를 드러낸, 잘 차린 식탁이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이끌어갈 전시가 궁금하다.



★★★★★(선승혜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디자인 박물관의 모던함에 조선 미술의 우아함으로 응수했다. 오늘날 예술·디자인의 자양분은 바로 우리 문화 유산임을 깨닫게 해 줘서 더욱 빛나는 전시.



DDP 편하고 알차게 즐기려면 …





① 공간을 탐험하라=DDP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하디드(63)가 설계한 3차원 비정형 건물이다. DDP의 건축적 요소, 전시 콘텐트, 동대문 역사를 들어보는 투어(60분 소요, 02-2153-0000)에 참여해보자.



② 우선 순위를 정하라=보고 싶은 프로그램의 우선 순위를 정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개관 기획전 통합권을 구입하면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③ 도슨트를 활용하라=도슨트(프로그램 해설자) 안내는 전시에 따라 1일 2회 혹은 2회(각 30분)로 한정돼 있으니 미리 확인하자.



④ 안내 지도를 들고 다녀라=DDP는 대지면적 6만 2692㎡, 연면적 8만6574㎡에 달하고 지하 3층, 지상 4층(높이 29m) 규모다. 도착하면 안내 데스크를 찾아 지도를 먼저 확보하는 게 좋다.



⑤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하라=22일 오전 10시 살림터 디자인관에서는 ‘엔조 마리-일과 열정’(강연자 엔조 마리, 고우세이 시로타니 )강연, 23일 오후 2시 디자인 나눔관에서는 울름 전 큐레이터 마르셀라 교수 강연이 있다. 홈페이지(ddp.or.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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