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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썰전, 월드컵은 말발로 뛰는 거야

중앙일보 2014.03.19 00:31 종합 24면 지면보기
최대 1000억원의 광고가 붙은 월드컵 TV중계 시장을 놓고 ‘해설 삼국지’가 펼쳐진다.


TV중계 광고 잡기 해설 '삼국지'
SBS 차범근, 시청률 보증수표
KBS 이영표·김남일 '어게인 2002'
MBC 송종국·안정환 '예능 콤비'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은 3개월 남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SBS·KBS·MBC)의 총성 없는 중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백정현 KBS 스포츠제작팀장은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SBS 단독중계 때 광고시장 규모가 700억~800억원이었다. 이번 대회는 최소 800억~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다. 한국 경기 시간이 (시청하기 좋은) 오전 4시·5시·7시인 만큼 더욱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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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중계는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주관방송사가 제공하는 영상을 쓴다. 국내 시청자가 보는 중계 화면은 똑같다. 해설자와 캐스터가 채널 결정의 가장 큰 요인이 된다. 방송계에는 “중계권이 워낙 비싸 중계 경쟁에서 꼴찌를 하면 타격이 너무 크다. 시청률을 위해 해설자와 캐스터가 브라질 명소 이구아수 폭포 앞에서 나체로 춤이라도 춰야 할 판”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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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관록의 힘을 믿습니다”=SBS는 지난달 소치 올림픽 때 피겨스케이팅 방상아(해설위원)-배기완(캐스터) 콤비 등 전문가를 앞세워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했다. 월드컵에서도 똑같은 전략으로 나선다. 박준민 SBS 스포츠제작팀장은 “차범근(61·해설위원)-배성재(캐스터) 콤비가 메인 해설을 맡는다”고 전했다.



 전문성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차범근 위원은 흥행 보증수표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 MBC에서 경쟁사를 압도한 차 위원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단독중계한 SBS 마이크를 잡았다. 차 위원은 배 캐스터와 호흡을 맞춰 우루과이와의 16강전 때 67.1%(수도권 기준)란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터트린 차 위원은 2006년 월드컵 해설 때 독일 대표팀 요아힘 뢰프 코치(현 독일 감독)가 화면에 잡히자 “현역 시절 함께 뛰었는데 좋은 지도자가 되었군요. 제 교체선수였습니다”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배성재 캐스터는 “차 위원님은 경기 전날까지 경기 영상을 계속 돌려볼 만큼 공부를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SBS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중계하는 박문성·장지현 해설위원, 김일중·조민호·정우영 캐스터도 투입한다. 2002년 월드컵 대표 출신 해설자가 없는 SBS는 차 위원의 아들 차두리(34·서울)를 일단 후보군에 올려뒀다. 박지성이 SBS의 해설자로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KBS “개인기보다 팀워크”=KBS는 지난해 10월 은퇴한 이영표(37)를 대항마로 내세웠다. 백정현 팀장은 “이영표·이용수·한준희·김남일이 해설을 맡는다. 캐스터는 1진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용수 세종대 교수를 원톱으로 내세웠던 KBS는 이영표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5년 계약을 맺었다.



 잉글랜드와 독일·네덜란드·미국 등에서 선수로 뛴 이영표는 차범근 위원 못지않게 생생한 뒷얘기를 많이 안다. 역대 최고 이적료(1474억)를 경신한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은 토트넘 시절 이영표의 후보멤버였다. 이영표는 ‘꾀돌이’란 별명답게 말도 똑 부러지게 잘한다. 지난 1월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해설 데뷔한 이영표는 한국이 0-4로 대패한 뒤 “국가대표라면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쓴소리를 해 공감을 얻었다.



 소치 올림픽 중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KBS는 자사 김보민 아나운서의 남편인 김남일(37·전북)에게도 마이크를 맡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보고 자란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해외축구 팬들에게 사랑받는 ‘샤우팅 해설’ 한준희 위원도 지원사격한다. 백 팀장은 “수퍼스타를 캐스팅한다고 흥행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주연배우 같은 해설자도 필요하지만 중계와 특집 프로그램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MBC “아빠 어디 가? 해설하러 가”=MBC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편안하고 친숙한 해설로 승부수를 띄운다. 김현일 MBC 스포츠국 차장은 “메인 해설은 송종국(35)과 안정환(38) 중 한 명이고, 메인 캐스터는 김성주다. 해설 허정무(축구협회 부회장)·서형욱, 캐스터 김정근·김나진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MBC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김성주와 함께 출연한 송종국과 안정환을 앞세운다.



 MBC는 지난 1월 코스타리카전, 3월 그리스전에는 송종국-김성주 콤비에게 마이크를 맡겼다. 송종국의 매니지먼트사인 지쎈의 류택형 상무는 “송종국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별도로 종합편성채널에서 1년간 K리그를 해설하며 내공을 쌓았다”고 전했다.



 ‘아빠 어디가2’에 출연 중인 안정환도 열심히 해설 훈련을 하고 있다. 안정환이 빠르게 적응한다면 메인 해설자로 나설 수도 있다. 이청용(26·볼턴) 등 현 대표팀 주축 멤버들과 남아공 월드컵에서 함께 뛴 것도 안정환의 장점이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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