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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때 속 좀 썩였죠, 그래도 전교 1등 하는 비결은?

중앙일보 2014.03.19 00:02 Week& 2면 지면보기
지우영군 책상은 깨끗하다. 공부할 책을 쌓아두거나, 공식을 적은 포스트잇도 없다. 지군은 “이것 저것 늘어 놓으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공부가 더 잘 되는 책상, 편한 장소에 대한 선호도 없다. 지군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사춘기, 전교 1등이라고 알아서 빗겨가 주는 게 아니다. 이번에 만난 전교 1등은 사춘기를 제대로 겪었다. 중학교 때 두발?복장 규제가 싫다고 반항도 해보고, PC방까지 잡으러 온 엄마가 “나와”라고 윽박질러도 “싫어”라고 당돌하게 답하기도 했다. 서울 중동고 2학년 지우영군 이야기다. 엄마는 ‘아들은 웬수’라는 말이 이래서 있구나 싶었단다. 그런데 지금 전교 1등이다. 고교 1학년 2학기 내신평균은 1.08등급. 지난해 3번의 모의고사에서 국·영·수 합한 점수가 290점대 후반이었다.(각 영역 100점 만점) 매번 모의고사에서 수학은 100점, 국어·영어를 합해 1~2문제만 틀렸다. 비결이 뭘까. 지군은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이유가 납득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

중동고 2학년 지우영군



“중학교 때 신발끈 없는 신발은 신으면 안된다.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 고가(高價) 옷은 안 된다. 이런 교칙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기준도 없고, 그냥 무작정 지키라고만 하니까 화가 났죠.”



 지군은 이런 교칙이 불합리하다고 느꼈고, 문제제기를 해야겠다며 행동으로 옮겼다. 서울 대명중 2학년 때 생활지도교사였던 도덕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자유주제 발표를 시켰더니 학교 교칙의 부당함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한 거다. 어머니 오은영(46·특수교사)씨는 “선생님 입장에선 당돌한 중2로 비춰졌을 것”이라며 “아, 이런 게 남자애들 사춘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지군은 “지금은 그런 문제가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데 그때는 이상하게 불합리에 맞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저돌적이 됐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학교에선 삐딱하게, 그리고 학교 끝나면 친구들과 PC방·당구장·카페로 놀러다니기 바뻤다. 신기하게 성적은 곧잘 나왔다. 지필고사는 계속 1등이었다. 지군은 중1 말에 옥수동에서 대치동으로 이사왔다. 지군은 “계속 1등을 하니까 ‘대치동 별 거 없네’라는 생각도 했다”며 “내가 똑똑하고 잘났다는 생각에 으쓱했던 때였다”고 떠올렸다. 원래 있던 자만감에 콧대가 더 높아졌으니, 그야말로 무서울 게 없는 중2의 모습이다.



 혼내야 할까, 타일러야 할까, 그냥 지켜봐야 할까. 오씨의 고민은 깊어갔다. 아이 행동에 화가 났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금 떨어져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니까 그제서야 아이 성격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옳고 그름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해야 속이 풀리는 아이였죠.”



 이런 성격이다보니 사춘기를 겪으면서 고집이 더 세졌다. 무작정 혼내는 건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딱 두 가지만 약속했다고 한다. 대화 자주 하기, 그리고 서로 거짓말은 하지 않기다. 오씨와 지군 아버지 지희권(46·중소기업 대표)씨는 아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대신 아이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군의 철없는 고민에도 핀잔을 주는 대신 “왜”라는 물음을 받아줬다. 고민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군에게 심리적 안정을 줘서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지군은 어릴 때부터 의문이 생기면 그냥 넘기는 일이 없었다. 반드시 왜 그런지를 확인해야 했다. 이런 성격이 공부법으로 이어졌다. 오씨는 “이런 성격 때문에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지만 지나고 보니 공부의 집요함도 길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지군은 “자습서 해설을 무작정 외우지 않고 ‘정말 그런가’라고 되묻는다”며 “내 나름의 논리로 이해할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고 말했다. 옳고 그름에 대해 나름의 합리적인 논리를 찾던 버릇이 공부할 때 끈기와 집중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3 때 일이다. 춘향전에서 월매가 과거 급제 사실을 숨기고 고향을 찾은 이몽룡을 박대하는 장면이 나온다. 월매의 행동에는 일반적으로 속물적이라는 해설이 달린다. 이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단다. “월매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반응 아닌가요. 아니 누가 거지꼴로 돌아온 사위감을 반기겠어요.” 이 문제를 놓고 국어 교사와 몇날 며칠을 싸웠다. 국어교사에게 질문하려고 제 집 드나들듯이 수시로 교무실을 찾았다. 이런 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다. 지군은 생활 속에서도 어떤 상황이든 이유를 따졌다. 그런 버릇이 자연스레 문학작품 감상법으로 발전했다. 지군은 “평소 이렇게 연습해둔 덕에 모의고사에서 낯선 작품을 만나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에서도 이런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시 반복하는 꼼꼼함은 부족하지만 집요함은 누구 못지않다. 안 풀리는 수학 문제 하나를 만나면 그 문제가 풀릴 때까지 파고 든다. 그래서 국어·영어·수학을 매일 조금씩 나눠 공부하지 않고 하루에 한 과목만 공부한다. 쉽게 맞춘 문제는 과감하게 넘기고 안 풀리는 문제를 그날 붙들고 늘어진다. “항상 선생님이 출제의도를 파악하라고 하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어려운 문제를 붙들고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고민하다 보니까 무슨 말인지 감이 오더라고요.”



지우영군과 그가 1학년 때 사용한 영어 교과서. 노트 없이 이렇게 교과서에 필기한다.
 지군의 집요함과 집중력은 책상에서도 드러난다. 누구는 자신을 담금질하는 좌우명을 붙여놓기도 하고, 또 누구는 수학·과학 공식을 적은 포스트잇을 빼곡히 붙여 놓지만 지군은 책상에 아무것도 붙여 놓지 않는다. 아니 책상 자체에는 아무 신경을 쓰지 않는다. 편한 책상, 집중이 더 잘되는 장소에 대한 선호가 없다.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책상만 있으면 어디든 최적의 공부장소가 된다. 그래서 지군은 학교 독서실에서 지정석 자리가 바뀐다거나 자유석에 앉아 공부해야 할 때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중동고는 자습실로 상위권 학생 전용인 프런티어실과 그 다음 성적 학생을 위한 밀레니엄실을 따로 운영한다. 지군은 원래 프런티어에 배정됐다. 그런데 일부러 밀레니엄실로 옮겼다. 평소 공부하다 답답하면 시집을 즐겨 읽는데, 도서관이 밀레니엄실과 붙어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겨울방학 때는 집 앞 휘문고 독서실에 몰래 들어가 도둑공부를 하기도 했다. 집에서 30분 거리인 중동고까지 가는 게 귀찮아서 그랬단다. 대신 집에서는 공부하지 않는다. 집 책상 위엔 문제집 대신 프린터가 올려져 있다. 집에서는 아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냥 충분히 쉰다.



 내신 대비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집중할 부분 한 가지에만 에너지를 쏟는다. 지군은 교과서와 수업 중 활용하는 부교재 딱 2권만 본다. 노트도 따로 없다. 필기는 교과서에 한다. 평소 과목별로 문제집 여러 권과 노트를 잘 챙겨 보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을 생각해 집중할 한 가지만 챙긴 거다. 대신 교과서는 수십 번 반복해 읽는다. 교과서를 볼 때 줄을 긋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냥 읽는다. 대신 속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이 단원에서 중요한게 뭐지. 그 부분이 어디에 있지. 맞다. 여기여기.” 그리고 자신이 교사라면 어디서 문제를 낼지 예측해본다. “음 내가 문제를 낸다면 이걸 낼거야.” 그렇게 중요한 개념과 부분을 짚어가면서 교과서를 수십 번 읽으면 굳이 반복해 받아 쓴다거나 의식적으로 외우려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외워진다.



 지군의 요새 관심은 진로에 맞춰져 있다. 정치인이 꿈이다. 하지만 막연하게 ‘멋있다’는 느낌만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서도 하나 하나 따지는 지군의 성격이 묻어난다. 그래서 시작한 게 직업인 인터뷰다. 지난해 학교 숙제로 직업인 인터뷰를 했던 게 계기가 됐다. 아버지 지씨는 “한 번 숙제로 끝내지 말고 계속 이어가라”고 권했다. 아버지 도움으로 지군은 시의원·언론인·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을 두세달에 한 번꼴로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다. 지군은 “아빠는 내게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큰 나무 같은 존재”라며 “사춘기를 무난하게 넘겼던 것도,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나를 믿고 응원해준 부모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글=정현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책상 위 교재

국어: 수능특강 국어B형·수능열기·수능길잡이(EBS), 천재교육 국어 자습서

영어: 수능특강 영어B형·영어독해(EBS), simul 사설 상반기 모의고사 고3 영어B(골드교육), 3개년 EBS 수능 영단어 총정리(홍익미디어)

수학: 수학의 정석(성지출판), 수학의 원리 수학·수학1·미적분과 통계기본(티치미), 블랙라벨(블랙박스), 쎈 수학(좋은책신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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