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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오바마가 푸틴에 전화해 가로되 "스탈린보다 더 가진 게 뭐지?"

중앙일보 2014.03.14 00:48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훈범
국제부장
헬로, 미스터 푸틴. 또 나예요, 버락 오바마.



 언짢아할 거 없어요. 오늘은 그냥 건 거니까. 우크라이나를 놔두라고 해봐야 들을 위인도 아니고. 아, 아녜요. 그냥 해본 말입니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자꾸 통화하다 보니 정말 오랜 벗이 된 것 같네요. 하하.



 사실 나는 우크라이나에 신경 쓸 겨를도 없어요. 내 코가 석 잔데…. 내 이름을 건 회심의 역작, 오바마케어가 영 시원찮거든요. 양로원 차렸느냐고요? 신문 좀 읽… 아, 예. 건강보험 개혁안을 말하는 겁니다. 이달 말이 가입 마감인데 가입자 수가 영 시원찮네요.



 네?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 옳은 일 하는데 말 안 듣는 놈들은 다 감옥에 처넣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아무튼 오바마케어에 젊은 층을 좀 끌어들이려고 애들 보는 인터넷 방송에까지 출연하지 않았겠습니까, 내가… 애쓴다고요? 예, 고맙습니다.



 근데 진행자가 가관입디다. 미국 대통령인 나는 차려 자세로 앉았는데, 그놈은 거만하게 등을 뒤로 젖히고 다리까지 꼬고. 너무 젖혀서 의자에서 미끄러질 뻔까지 하더라니까요. 그러고는 뭐라는 줄 압니까? 마지막 흑인 대통령으로서 소감이 어떠냐는 겁니다. 게다가 젊은이들에게 오바마케어 가입 좀 하라고 말하려니까 머리가 아프다고 나자빠지는 거예요. 내가 그 얘기 하려고 망가지는 것도 감수했는데 말이죠.



 하하, 맞습니다. 당신 같으면 주먹이 먼저 날아갔을 겁니다. 그 시건방진 친구는 지금쯤 시베리아에서 석탄을 캐고 있겠지요. 북극 가스전이라고요? 예, 요즘은 좀 더 오지로 가는군요.



 부럽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되는 걸 어쩝니까?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 아니겠어요. 러시아가 독재국가란 건 아니고요. 둘의 차이를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가 잘 표현합니다. 아시죠? 『우체국』 『여인들』 뭐 이런 소설 쓴… 아, 예. 아무튼 그가 말했어요. “민주주의는 먼저 투표하고 나중에 지시받지만 독재는 투표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요.



 네, 효율적이죠. 하지만 국민 의견 수렴 없이 끝까지 효율성을 간직하려면 국민을 하나로 묶는 정신 같은 게 있어야겠지요. 당신 선배인 스탈린도 당신만큼 센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무력 말고도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라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더 있었죠. 그런데 당신은 지금 뭘 더 가졌지요?



 당신이 독재자라는 얘기가 아니라니까요. 아웅산 수지 여사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유사 민주주의가 노골적 독재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국민이 해야 할 일을 회피할 구실을 주니까”라고요. 사랑하는 러시아 국민이 지금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잘 생각해봐요, 블라디미르. 이름 불러도 되죠? 왜냐면 지금 안 한다고 영원히 안 할 거라고 믿으면 낭패를 당할 테니까요.



이훈범 국제부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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