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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내편과 네편'을 오가는 이통사의 이중잣대

중앙일보 2014.03.14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수련
경제부문 기자
지난 12일 오전 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회원사로 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 이통3사와 KAIT가 5월부터 유통점(대리점·판매점)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허위광고 여부 등을 심사하고 인증한다는 내용이었다. 읽다 보니 인증을 받은 판매점만 휴대전화를 팔도록 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통사가 대리점에 휴대전화 판매를 위탁하면, 대리점은 다시 판매점들과 위탁 계약을 맺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유통망의 말단에 있는 판매점을 이통사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때마침 하루 전날 개인정보 423만 건이 이통 판매점에서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터였다. 그런데 잠시 후 수정된 보도자료가 다시 왔다. ‘자격 제한’ 대신 판매점 등록 시 인증을 ‘권장’한다고 했다. 이럴 경우 인증을 받으나 안 받으나 영업하는 데 사실상 차이가 없다. 게다가 인증을 받으려면 매년 45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어느 판매점주가 적지 않은 수수료를 내며 인증을 받으려 할까. KAIT 관계자는 “이통사가 판매점에 인증 자격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어 방침을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말장난 같은 KAIT의 대책에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인증 현판 걸어놓은 곳보다 보조금 더 주는 가게에 손님들이 몰리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보조금 대란을 일으킨 이통사들이 만든 협회(KAIT)가 판매점의 불법 영업을 심사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최근 정보유출 사건이 터진 이후 이통사들은 “판매점과는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아 통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연 이통 3사들은 직접 관리·감독하는 대리점 9000곳만으로 54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전국 곳곳에 뻗어 있는 3만7000곳의 판매점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실제로 이통3사는 이 실핏줄을 통해 매년 수조원의 불법 보조금을 흘려 보냈다.



 필요할 땐 판매점과 한 몸처럼 움직이다가 정보유출 통로로 지목되자 “우리와는 관계없는 회사”라는 식이다. 이통사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소비자들은 ‘호갱님’(어수룩한 소비자를 뜻하는 은어)도 모자라 이제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언제 어떻게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이런 가운데 13일에도 이통3사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불법 보조금 영업에 대한 징계를 받았다. 이제라도 판매점들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유통할 수 없도록 전산시스템을 만드는 게 그나마 소비자를 위한 응급 처방전이 될 듯싶다.



박수련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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