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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칼럼] 불안한 세계경제와 우리의 대응

중앙일보 2014.03.13 00:05 종합 31면 지면보기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경제학
세계경제가 다시 불안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선진국 경제들이 문제인데, 유럽은 독일 등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일본도 소위 ‘아베노믹스’로 조금 살아나는가 싶더니, 다시 주춤하고 있다. 미국 경제도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의 2.8%(1인당 기준으로는 1.9%)에서 2013년 1.9%(1인당 1%)로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 나아가면, 선진국 경제들은 1990년대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게 될 확률이 높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은 유례없이 느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2개 나라가 2012년까지 2007년의 1인당 국민소득을 회복하지 못했다. 2013년 통계는 아직 완전히 안 나왔지만, 2013년 3분기까지도 34개국 중 19개국이 2007년의 1인당 소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



 비교적 빨리 회복했다고 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2013년 말에야 1인당 국민소득이 2007년 수준을 간신히 넘었다. 회복에 갑자기 속도가 붙어 앞으로 4년간 매년 3.5%(1인당 기준 2.6%)씩 성장한다는 낙관적인 가정을 해도,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미국의 1인당 소득은 겨우 10% 정도 증가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 동안 일본의 1인당 소득이 10% 정도 증가했는데, 그것보다도 못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소위 BRICS라고 불리는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 ‘신흥시장 국가들’은 어떤가? 세계경제의 축이 점점 이 나라들로 이동하고 있으니, 선진국들의 회복이 더디어도 그들의 고도 성장이 그것을 만회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첫째, BRICS 국가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그리 크지 않다. 2011년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총생산의 9.4%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브라질(3.3%), 인도(2.7%), 러시아(2.4%), 남아공(0.5%) 등을 다 더해도 18.4%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이 나라들이 고성장을 해도 세계경제의 기관차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둘째,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BRICS 국가들의 성장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중국의 성장률은 10.8%, 인도의 성장률은 8%였지만, 러시아는 5.4%, 남아공은 3.9%, 브라질은 3.7%에 불과했다. 선진국에 비해 높은 성장률이었지만, 고도 성장이라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나라들의 성장이 지난 10~20년간 이루어진 추세로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은 최근 1~2년간 성장률이 급감했다. 곡물, 광물 등 1차산업 산품 수출에 의존하다 보니, 주요 자원 수입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그들의 성장도 벽에 부닥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세 나라가 모두 불평등이 심해서 사회갈등도 많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는 작년부터 불평등 문제에 항의하는 시위와 소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도의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장기적 전망이 밝지 않다.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미비하고, 37%에 달하는 문맹률에서도 보이듯이, 인적 자본도 태부족이다. 뿌리 깊은 카스트 제도에 대한 불만과, 날로 심해지는 불평등 문제 때문에 사회갈등도 엄청나다. 이런 불만을 이용하여, 인도 동부 여러 지역에는 철 지난 모택동주의를 추종하는 소위 낙살(Naxal)당 게릴라가 융성할 정도이다.



 그중 제일 잘되고 있다는 중국도 문제가 많다. 고성장 속에서 지나친 신용팽창으로 부실한 투자가 많이 되었고, 그것들이 자꾸 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거품도 많이 끼어 있다. 30여년 만에 거의 절대평등한 사회에서 남미 국가들에 버금가는 불평등한 사회가 되다 보니, 사회불만이 팽배해 있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1년에 20만 건에 가까운 시위, 파업, 폭동 등이 일어나고 있다. 경제가 지금보다 더 감속하게 되면 이러한 불만들이 어떻게 터져나와서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지 모른다.



 세계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키우고, 고용을 안정시키며, 복지지출을 늘려서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 그래야 내부 동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이 강화되고, 경제가 외풍에 덜 휘둘리게 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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