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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곡선 … 물 흐르듯 지형과 하나된 건축

중앙일보 2014.03.12 00:54 종합 25면 지면보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이라크 출신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63). DDP는 21일 개관을 앞두고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가구와 신발, 보석 등 40여 점을 보여주는 전시를 26일까지 연다. [김경빈 기자]


“건축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싶었습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는 건축물과 지형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이었죠. 굉장히 어려웠지만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건축물 자체가 지형이 됐다는 점에서 DDP는 독창적입니다.”

'건축계 여제' 자하 하디드, 21일 개관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다



 21일 개관을 앞둔 DDP를 찾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63)는 자신이 설계한 DDP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11일 열린 DDP 기자간담회서다. 그는 검은 레깅스에 A라인 자켓, 코가 뾰족한 구두를 신고 있었다. 곡선이 넘실거리는 그의 건축물과는 달리 날카로운 각이 두드러지는 패션이 눈길을 끌었다.



 이라크 태생의 영국 건축가인 하디드는 2004년 여성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건축가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DDP는 하디드가 한국에 설계한 첫 프로젝트이며 세계 최대 3차원 비정형 건축물로 꼽힌다. ‘건축계의 여제’ 하디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간담회장엔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하 하디드
 - DDP를 설계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목표는 서울에서 가장 번화하고 유서 깊은 지역인 동대문에 문화적 허브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전시와 이벤트가 주변에 문화적 활력을 주는 곳 말이다. 성곽의 흔적을 살리면서도 공원과 플라자를 물흐르듯이 매끄럽게 하나로 묶고 싶었다. 주변에 녹지가 하나도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건축물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이들을 하나의 풍경으로 아우르고 싶었다.”



 - 다른 프로젝트와 차이점을 꼽는다면.



 “모든 건축물은 다 자기만의 개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면 각기 장소의 특성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DDP도 마찬가지다. 이곳만의 독특한 지형을 살려냈다는 점에 있어서 독창적인 접근을 했다고 본다.”



 국내 도시·건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DP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역사적 맥락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디드는 이 논란을 의식한 듯 간담회 내내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사실 어떤 건축과 지형(대지)을 하나로 결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DDP는 건축물 자체가 지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DDP는 지붕이 잔디로 덮여 있다. 새로운 지형을 인공적으로 창조해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스케일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아제르바이잔 바쿠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사진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무엇을 기준으로 과하다고 하는지 내가 묻고 싶다. 건축가가 설계를 할 때는 주어진 요건이라는 게 있다. DDP를 설계하는 것은 집 한 채, 사무실 하나 짓는 게 아니었다. 공원과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모두 담아내는 것이었다. 일부러 곡선을 많이 사용했다. 만약 박스 형태로 설계했다면 지형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도 못했을 것이고, 크기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하디드는 최근 국내 잡지 ‘W’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건축이 직면한 최대 난제 중 하나가 반듯한 입방체 형태의 20세기 건축을 뛰어넘어 21세기 건축으로 한걸음 나아가는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로 매끄럽게 맞물리고 통합되는 곡선형 건물이 21세기의 새로운 건축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인생은 반듯한 바둑판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자연 경관을 생각해보라. 그것은 균일하거나 규칙적이지 않다”며 “사람들은 자연의 자연스러운 곡선과 형태에서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하디드의 수석 디자이너인 패트릭 슈마허는 “ 곡선을 쓴 것은 다른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의도적이었다. 주변이 분주하고 기능이 다목적이라 시각적으로 더 차분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곳은 카오스(혼돈)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광저우 오페라 하우스. Iwan Baan 촬영. [사진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 DDP의 완성된 모습에 만족하나.



 “ 실제 건축물이 지어지고 나면 그것은 도면의 그림과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이 된다. 설계는 지형을 해석하는 과정이고. 이번 해석은 굉장히 마음에 든다.”



 - 도시로서 서울이 지향해야 할 점은 .



 “도시마다 자기 고유의 특성과 문화라는 게 있다. 도시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에만 열중할 게 아니라 도시의 특성과 변화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 DDP는 원래 경기장이 있던 곳인데 역사·문화적인 요소를 어떻게 반영했나.



 “설계 공모전에 초청 받았을 때 동대문의 역사·문화적인 요소를 담아내라는 주문이 있었다. 최대한 경기장터의 분위기를 살려보려 했다. 과거에 경기장에서 사용됐던 스포트라이트를 보존했고, DDP의 전체적인 형상도 비록 추상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옛날의 경기장(Arena) 느낌이 나도록 했다.”



 - 여성으로서 정상의 건축가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도 당신은 건축이 ‘끝없는 전투’라고 했는데.



 “건축가라는 직업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는 뜻이다. 건축가는 동료들과 정치인과 건축주 등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이 전투가 여성이기 때문에 더 힘든 게 사실이다. 내게 지난 30년은 여성 건축가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장애물에 부딪히는 과정이었다. 요즘엔 환경이 많이 바뀌어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여성이 더 힘들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자하 하디드(Zaha Hadid ·63)=195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났다. 베이루트 어메리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AA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스승인 렘 쿨하스 건축사무소(O.M.A)에서 일했으며 80년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열었다. 비트라 소방서(1994)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요 프로젝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베르크이젤 스키 점프대(2002), 독일 라이프치히 BMW센트럴 빌딩(2005), 이탈리아 로마 MAXXI(2010)등. 현재 350명의 스태프와 함께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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