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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부동산 거래 늘면 뭐가 좋아지나요

중앙일보 2014.03.12 00:09 경제 10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Q 주택 매매가 침체돼 있다는 기사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내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종종 들립니다. 정부가 왜 주택 매매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집을 사고파는 사람이 많아져야
일거리 늘어 살림살이 나아지죠

A 틴틴 여러분도 ‘부동산 거래 침체기’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표적인 부동산인 주택의 거래량이 2006년엔 108만2000건이었는데, 2007년엔 86만8000건으로 줄어든 이후 좀처럼 그 숫자가 올라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거래량(85만2000건)은 2012년(73만5000건)보다 늘었습니다. 그래도 정부는 아직 침체기라고 판단하고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정부는 왜 주택 매매를 활성화시키려 할까요. 주택 거래량이 줄면 정부 입장에선 들어오는 세금이 감소합니다. 집 한 채가 사고팔릴 때, 사는 사람은 구입 가격의 약 2%를 세금으로 냅니다. 이를 취득세라고 합니다. 파는 사람도 양도소득세라는 세금을 냅니다. 집을 샀을 때보다 비싼 값에 팔았다면 그 이익 금액에 따라 6~38%를 세금으로 내는 것입니다. 그만큼 시중에 주택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정부에 들어오는 돈도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학생 급식비를 지원하고, 노인과 저소득층 생활비를 보태주고, 길도 새로 놓고…, 이처럼 돈 쓸 곳이 많은 정부 입장에선 주택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면 세금이 잘 걷히는 것뿐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습니다. 틴틴 여러분도 이사를 해봤거나 주변에 이사하는 집을 본 적이 있겠죠. 집주인이 바뀌면 보통 이사를 하게 되는데, 그 횟수가 많아지는 것은 이사 업체의 일거리도 함께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일자리도 증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 밖에 도배나 실내 인테리어 업체에도 일이 생깁니다. 이 같은 파급효과는 주변 식당으로도 번질 수 있습니다. 거꾸로 주택 매매가 침체되면 이 같은 영역이 함께 불황기를 맞게 된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주택을 사고팔 때 매기는 세금을 깎아주면서까지 매매를 활발하게 하려는 의도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동산·주식 가치 올라야 소비도 늘어



 ‘자산효과(Wealth Effect)’라는 말도 들어보셨나요. 영국의 어느 경제학자가 만든 말인데요. 주식·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면 이에 따라 소비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1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는데 시중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집값은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A는 불안한 마음에 지출을 줄이게 된다는 거예요. 주택 수요자가 늘어나서 A의 집값도 함께 올라가면 A는 쓰는 돈을 늘리게 됩니다. 집값이 오른 만큼 돈을 더 벌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예요. 이 같은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는지 살펴보죠. 한국의 아파트값(수도권)은 지난 3년(2011~2013년) 동안 연평균 2%씩 떨어졌어요.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0만원에서 457만원으로 8.8% 늘었는데, 지출(335만→351만)은 4.8%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종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됐지만, 집값이 떨어질 위험을 의식해 소득 증가분만큼 지출을 늘리지 못하는 자산효과가 있었다고 볼 만하죠. 물론 노후 대비 등 다른 요인도 크게 작용했겠지만요. 어쨌든 소비가 늘지 않으면 세금도 덜 걷히고 일자리도 증가하지 않아 나라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요즘 같은 주택 매매 거래 침체의 원인을 수요 부족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전국에 팔리지 않은 아파트는 6만1000가구(2013년 말 기준)가 있어요. 그나마 2012년(7만5000가구)보다 1만4000가구 줄어든 게 이 정도입니다. 이처럼 새로 지었거나 기존의 집을 팔려는 사람은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으니 매매 건수도 줄고 가격도 떨어지는 것입니다.



 주택 수요 부족 현상은 수요를 더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집은 보통의 물건처럼 소비자가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도 주변에 전철역이 들어선다든지 외부 여건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집을 살 때 앞으로 가격이 오르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줄어들게 되는 거죠.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셋집에 살면서 주택 가격 변동 상황을 지켜보려 하기 때문에 매매 침체, 집값 하락, 전셋값 상승과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주택을 사고팔 때 세금을 깎아주고, 고가의 전셋집엔 세금을 매기고, 집 살 때 드는 돈을 낮은 이자율에 빌려주겠다는 정부 정책의 의도가 여기에 있는 거죠.



 그런데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있어요. 정부가 정책적으로 집값을 올리면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서민들의 꿈이 더욱 멀어진다는 겁니다. “이미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소득 수준에 비해 너무 높아 이를 부추기면 중장기적으로 투자와 소비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전문가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국민들이 주택 구입을 위해 애쓰느라 소비를 줄이게 되면, 오히려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손실이 더 크다는 논리입니다. 정부의 주택 마련 대출 지원에 대해서도 “빚 내서 집 사게 하려는 정책”이라며 가뜩이나 가계 빚이 많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부선 “투기 부추겨 집값 폭등할 수도”



 과거 부동산값이 폭등할 땐 땅 투기, 아파트 투기로 돈을 번 사람들이 있었어요. 2006년에만 해도 수도권 아파트값이 26.3% 올랐습니다. 이 때문에 서민들은 내 집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투기꾼만 돈을 번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죠. 그래서 그 당시 정부는 집을 사고팔 때 매기는 세율을 높이고, 대출 금액 규제를 두는 방식으로 집값을 잡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지금과는 정반대인 셈이죠. 이 때문에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현재 정부가 주택 매매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정책을 내는 것을 두고 “과거의 부작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합니다. 때로는 시장이나 여론 변화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뀌기도 하죠. 그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정책, 좀 더 구체적으로는 주택 정책입니다. 틴틴 여러분도 이 같은 정책의 변화 흐름과 그 배경을 알게 되면 뉴스를 이해하는 게 더 쉽고 재미있어질 거예요.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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