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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억짜리 해운대 은모래 구출작전

중앙일보 2014.03.11 01:15 종합 16면 지면보기
폭이 거의 70m에 이르던 1970년대 부산 해운대 백사장(왼쪽)과 38m로 좁아진 지난해 백사장. 주변이 개발되면서 바닷물 흐름이 바뀌어 모래가 계속 쓸려나가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부산 해운대구는 더 이상 모래가 쓸려나가지 않도록 한 뒤 백사장 폭을 예전 70m로 늘리는 해운대 복원 작업을 시작했다.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구청]


부산 해운대 백사장 복원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해양수산부와 부산 해운대구가 손을 잡고서다. 사업기간 3년, 총 사업비 436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다.

옛 모습 되찾기 프로젝트
조류에 씻겨가 백사장 반 토막
모래도둑 막을 구조물 세우고
서해서 퍼와 62만㎥ 채우기로



 해운대 백사장은 한때 길이 1.8㎞, 폭 70m에 이르렀다. 반짝이는 은모래로 이름을 날렸다. 일찌감치 해운대해수욕장의 이름을 전국에 알린 1등공신이기도 하다. 최근엔 중국·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하지만 해운대 백사장은 폭이 갈수록 줄고 있다. 길이는 변함이 없었으나 폭은 지난해 38m까지 감소했다. 예전에 비해 거의 반 토막 났다. 수영만 매립과 초고층 빌딩 건설 같은 주변 개발이 바닷물 흐름에 영향을 준 탓이다. 이로 인해 모래를 연신 씻겨 내리는 쪽으로 해류가 바뀌었다.



 이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그랬다. 해운대구는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다. 해마다 피서철을 앞두고 모래를 쏟아부었다. 90년부터 지난해까지 백사장에 추가로 부은 모래가 약 5만3000㎥에 이른다. 8t 트럭 1만3000대가 실어나를 양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했다. 백사장은 자꾸 폭이 좁아졌다. 새로 부은 양보다 더 많은 모래가 바닷물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모래 붓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부산 해운대구는 2008년 본격적으로 ‘해운대 백사장 구하기’에 나섰다. 전문 기관에 연구를 맡겨 모래가 쓸려나가는 원인을 밝히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3년 연구 끝에 여름에는 해수욕장 서쪽인 동백섬에서 동쪽인 미포항으로, 겨울에는 그 반대로 흐르는 조류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바닷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때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백사장 위를 비질하듯 지나며 모래를 가져간 것이다.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서는 이 같은 조류 흐름을 바꾸는 구조물을 바닷속에 설치해야 한다는 1차 결론이 나왔다.



 백사장 복원에 400억원 넘는 돈은 국비 지원을 받기로 지난해 결정됐다. 그러면서 올해 ‘해운대 백사장 살리기’가 시동을 걸었다. 일단 올 1, 2월 두 달 동안 해운대에 모래 18만7000㎥를 부었다. 내년까지 이 모래가 어디로 흘러가 바닷속 어디에 쌓이는지 관찰할 예정이다. 모래를 쓸어가는 조류가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는지 보다 정확히 알아내려는 목적이다. 파악이 되면 바닷속에 구조물을 만들어 모래가 쓸려가지 않도록 바닷물 흐름을 바꾸게 된다. 해양수산부 최명룡 부산항건설사무소장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백사장 복원인 만큼 구조물 설치가 환경과 생태계에 또 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지 면밀히 판단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물이 완성되면 다음엔 백사장에 모래를 채울 차례다. 약 44만㎥를 더 붓게 된다. 당초 해운대 모래와 비슷한 금강산 인근 동해안의 모래를 가져오려 했으나 남북 관계가 여의치 않아 서해 바다 밑 모래를 쓰기로 했다. 바지선을 이용해 해운대까지 실어나른다. 복원 작업이 끝나는 2017년이면 해운대 백사장은 폭 70m의 옛 모습을 되찾을 전망이다.



 국내에는 해운대 말고도 모래 유실로 고민하는 해수욕장이 또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전남 해남군 화원면에 만든 ‘오시아노 관광단지’ 내 인공해수욕장이다. 2007년 모래 85억원어치를 부어 해수욕장을 조성했으나 첫 해 모두 쓸려내려가 이듬해부터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해운대 복원이 성공하면 오시아노 단지 해수욕장도 씻겨 없어지지 않는 해수욕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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