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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말의 꼼수

중앙일보 2014.03.11 01:09 종합 18면 지면보기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 3원칙’ 대신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새롭게 마련해 사실상 금지됐던 무기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무기 → 방위 장비로 표현 바꿔
금지됐던 무기수출 허용 추진

 신문은 “일 정부는 11일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의 4인 각료회의에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제시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에 명백하게 지장을 줄 경우 방위 장비를 수출하지 않으며 ▶평화 공헌과 국제 협력의 적극적인 추진이나 일본의 안전 보장에 관련이 있을 경우 수출을 인정하며 ▶방위 장비나 물건 등의 제3국 이전은 사전 동의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요미우리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이 적용되면 여러 분야에서 무기 수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유엔이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등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평화 공헌·국제 협력에 해당하며, 무기의 국제 공동 개발·생산 및 석유 수송로 연안국에 대한 장비 수출 등은 일본의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육상자위대의 대전차 헬리콥터 AH-1S와 같은 기종을 도입한 바레인이 지난해 부품 공급을 요청했지만 무기 수출 3원칙 때문에 거절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적용하면 걸림돌이 없어진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신문은 또 미군이 국내외 기지에 있는 전투기 등의 정비 업무를 발주할 때 일본 기업이 국경의 제약에 신경 쓰지 않고 입찰할 수 있게 되는 등 일본 방위 산업체에도 기회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공산권 국가 ▶유엔이 무기 수출을 금지한 국가 ▶국제 분쟁 당사국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해 무기 수출을 금한다는 ‘무기 수출 3원칙’을 정한 후 이를 준수해 왔다. 그러나 2012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가 부분적으로 무기 수출을 허용하면서 이 원칙은 사실상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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