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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여권 2개 '인터폴 DB' 확인만 했어도 …

중앙일보 2014.03.11 00:49 종합 2면 지면보기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로 국제선의 여권 심사가 총체적으로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항공사나 출입국관리소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해 검색만 하면 가려낼 수 있는 위조 여권 소지자들의 탑승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만 대조, 40% 그냥 통과

 사고가 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탑승자 4명은 위조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권 4개 중 2개는 2012년과 지난해 오스트리아·이탈리아 남성이 태국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인터폴의 ‘도난·분실 여권 DB’에 올라 있었다. 문제는 인터폴 DB 검색을 생략한 채 국제선 비행기에 탑승한 사례가 지난해에만 10억 건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인터폴 도난·분실 DB로 걸러지지 않는 여권이 10개 중 4개꼴”이라고 보도했다.



 인터폴의 로널드 노블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오랜 기간 각국에 DB 활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터폴은 190개 회원국의 도난·분실 여권 자료 4000만 건을 보유하고 있다. 인터폴 검색을 활용하는 나라는 미국·영국·프랑스·스위스·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에 그친다. 많은 항공사와 출입국관리소가 인터폴 검색이 번거롭고 내부 시스템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인터폴 측은 “여객기 실종이 도난 여권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각국은 이번 비극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3년 세르비아 총리를 살해한 범인은 도난 여권으로 국경을 27차례 넘나들다 체포됐다. 2005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범의 전 부인도 남아공 위조 여권을 활용해 달아났다. 미국 사법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ABC방송에서 “도난 여권이 테러리스트와 마약 운반책·인신 매매범 등에 의해 불법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국제 공조를 통해 여권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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