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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추억은 순간 … 체험여행 지금 떠나세요

중앙일보 2014.03.11 00:46 종합 22면 지면보기
“가족이 여행을 다니면 사랑이 커지고 공부가 저절로 즐거워진다”는 양영채씨. 창의적 교과서여행을 정리한 책 『놀면서 공부하기』에 딸 셋을 원하는 대학에 보낸 비법을 담았다. [강정현 기자]
양영채(55) 조옥남 부부는 여러 면에서 놀랍다. 저출산 시대에 4남매를 낳았고, 딸 셋을 이른바 ‘SKY대학’에 보냈다. 서울대 졸업하고 신문기자가 된 맏딸, 연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둘째 딸, 고려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셋째 딸을 모두 서울 무악재 중산층 아파트에서 과외 한 번 안 보내고 키웠으니 지인들이 질투할 만하다. 비법이 뭐였을까. 두 사람이 함께 쓴 『놀면서 공부하기』(맹모지교)의 부제가 ‘SKY 가족여행’인 까닭이다.


『놀면서 공부하기』 낸 양영채씨
딸 셋 서울·연세·고려대 보낸 비결
아내는 출간 못 보고 지난해 떠나

 “첫째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고사리손 잡고 전국을 떠돌았어요. 막내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지난해까지 여섯 식구가 20여 년 다녔더니 아이들이 알아서 크더군요. 함께한 일정을 정리해 체험여행 교과서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약속했지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인 이 분야의 선구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원고를 읽고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분리하지 말아라”는 추천사를 써줘 이를 책 제목으로 정했을 정도다. 유 전 청장은 세상 모든 부모가 저자 부부처럼 연구하고 발품을 팔 수는 없으니 이 책을 들고 그대로 떠나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자녀의 학업 증진은 물론 가족의 화목과 소통도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초·중 교과서 100권을 조사해 1000개 항목을 뽑은 뒤 가장 자주 등장하고 언제 둘러봐도 좋은 여행지 여덟 곳을 먼저 골라 묶었어요. 어느 곳을 펴도 조잘조잘 우리 가족이 떠드는 소리가 들릴 겁니다. 차 안에서 묵묵히 간 적이 없어요. 끝말잇기, 난센스 퀴즈 맞추기, 스무고개 등 아이들과 뭐든 얘기하려고 애썼습니다. 대화가 최고의 공부였던 셈이죠.”



 양씨는 사단법인 우리글진흥원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20년째 학부모’라는 이름의 블로그(www.mmom.co.kr)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 문제로 번민하는 우리 시대의 학부모들에게 ‘교육여행’을 적극 추천하며 비결 몇 가지를 공개했다.



 “초등학생 때 잘 따라다니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안 가려하는데 이때 친구를 끼워 데려가세요.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짜지 말고 한꺼번에 다 알려주려 하지 마세요. 지식은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부모 자식 간 공유할 추억과 사랑은 그 순간입니다. 좋은 자연 풍광을 많이 보여주세요. 교과서에 나오는 곳을 미리 다녀오는 게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굳이 목적 따지지 않고 다녀도 여행은 언젠가 다 써먹을 만한 신선한 재료로 아이들 마음에 남아요. 늦기 전에 많이 다니세요.”



 양씨가 이렇게 말하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아이들 교육에 헌신적이었던 아내 조옥남씨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용감하게 늦둥이 아들과 여행을 다니다 지난해 책이 나오는 걸 못 보고 눈을 감았다. 매주 부인 무덤을 찾는 양씨는 지난주 이 책을 올려놓고 고마운 인연을 토로했다.



 “우리 가족 이야기를 독자와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여러분만의 체험여행기를 만들어보세요.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떠나보세요.”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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