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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대책 갈팡질팡, 열 명에 아홉 명 "개선책 필요"

중앙일보 2014.03.11 00:40 경제 4면 지면보기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실행과제를 제시한 만큼 정부 경제팀이 계획대로 실천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규제완화와 공공기관 개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쉽지 않은 일들이지만 저성장 탈출과 경제구조 개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전문가 설문조사
지난해 세법개정안 파동 재연 우려
"은퇴 후 월세 수입자 설득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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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최근 전·월세 대책 발표 과정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잇따르고 있는 정책혼선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경제정책의 신뢰도 크게 깎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결과는 본지가 최근 경제부처의 정책혼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경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우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서는 전문가 10명 중 절반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3명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답자의 80%가 필요성과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 ‘미흡하다’는 2명에 그쳤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3년 내 ‘474’ 달성(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지향)과 관련해 “수치에 상관없이 추진하는 시각이나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연초에 처음 제시됐던 계획보다 구체화됐다”며 “혁신과제도 잘 정했는데 문제는 실행”이라고 강조했다.



 대체적인 호평과 달리 최근 정책혼선과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에 대해서는 10명 중 9명이 국정운영에 ‘심각한 영향’ 또는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월세 대책 혼선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이 ‘일부 효과가 있으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2명은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혹평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평가는 지난해 세법 개정안 파동 때부터 여론수렴이 부족한 탓에 땜질식 정책이 잇따르면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퇴 후 월세 수입으로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혜택이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해야 하는데 정치적 설득이라는 중간단계에 충실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소득세 세액공제 논란에 이어 이번에도 그런 설득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월세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월세 수준이 은행 이자보다 아주 높다는 데 있기 때문에 월세가 빨리 내려가도록 해주는 게 핵심 정책인데, 정부가 그런 정책 대신에 세금과 보조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집주인이 반발하니까 이도 저도 못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혼란은 지난해 8월 파동을 일으킨 세법 개정안에서부터 거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면 정책 일관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하지만 공청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혼선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고용관행 개선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나 보건의료 분야의 갈등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나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자꾸 정부 내에서만 논의해 발표하니까 문제가 드러나고, 그러면 또 보완하니까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감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도 경제팀을 불신하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본지가 지난달 14~24일 주요 분야의 경제전문가 50명에게 지난 1년간 정부 경제팀의 성과를 설문조사한 결과 부정적인 평가가 대세였다. 무역흑자 700억 달러 돌파나 잘못된 경제관행 바로잡기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체감경기를 바꿔놓지 못하면서다. 정부 경제팀은 대규모 재정 투입을 마중물로 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네 차례에 걸친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나름대로 경제 살리기를 위해 애썼다. 그럼에도 체감경기 변화를 ‘느낀다’는 응답은 전혀 없었고, ‘못 느낀다’가 66%에 달했다. 성장잠재력 확충 노력에 대해서도 ‘충분하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규제완화 노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정부 등록규제가 1만5269개로 1년 전보다 오히려 380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공무원들의 ‘하는 척’ 행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천이 따르지도 않을 수치만 앞세우며 민심과 현장을 챙기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전·월세 대책의 경우도 전에 없던 세금 부담을 지우면서도 ‘전·월세 선진화 대책’이란 이름으로 포장됐었다. 이 결과 정부 신뢰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뢰를 받으려면 국민과의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 잘못을 모두 경제팀 리더십으로 몰아가서도 안 되겠지만 경제팀이 국민과의 소통 부족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못 얻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김동호·이태경·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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