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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일본 국채 안전신화

중앙일보 2014.03.11 00:35 경제 3면 지면보기
“일본 국채 안전신화는 2~3년 안에 무너진다.” 2012년 1월 29일 카일 배스 헤이먼캐피털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나흘 뒤 아사히신문은 미쓰비시도쿄(三菱東京) UFJ은행의 내부 보고서 하나를 입수해 공개했다. “4~5년 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국가부채가 금융자산 규모에 육박해 일본 국채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1월 경상적자 16조4000억원
재정적자까지 겹쳐 투매 우려

 미국 국채 못지않은 안전성을 자랑하는 일본 국채가 무너진다니.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예견한 투자가와 일본 1위 은행의 전망에 시장은 술렁였다. 불안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베노믹스의 화려한 등장과 함께 이들의 경고는 소리 소문 없이 묻혔다.



 2년이 지나 예언이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일 일본 재무성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재무성이 집계한 올 1월 경상수지 적자는 1조5890억 엔(약 16조4000억원). 이전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1985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월별 경상수지 적자 기록을 넉 달 연속 경신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경상수지는 무역·서비스·소득·경상이전 부문에서 낸 수익과 손실을 합쳐 계산한다. 한 나라가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돈을 의미한다. 안 그래도 많은 빚(재정적자)을 떠안고 있는 ‘주식회사 일본’이 매월 장사에서도 손해(경상적자)를 보고 있다는 소식에 시장 불안이 커졌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1% 하락했다.



 발표 직후 재무성 직속 재정제도심의회 분과회의가 열렸다. 일본의 장기 재정정책을 논의하는 재무장관 자문회의다. “금융 순자산과 정부 부채 규모가 곧 같아질 전망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며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쏟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빠지면서 더 이상 국내에서 일본 국채를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이날 회의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신흥국 위기 탓에 안전자산으로서 일본 국채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앞날은 밝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0.7%(연율 기준)에 그쳤다는 이날 일본 내각부의 발표도 악재였다. 지난달 17일 잠정 발표한 수치 1.0%도 낮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한참 못 미쳤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경제의 수출력이 약해지고 있다. 경상수지 악화로 국내에서 나랏빚을 소화할 수 없게 되면 일본 국채 투매와 급격한 금리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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