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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도전 박종석 "내 꿈은 이규혁"

중앙일보 2014.03.11 00:27 종합 25면 지면보기
소치 패럴림픽에 참가한 박종석이 지난 8일 러시아 소치 알파인스키장에서 열린 활강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박종석은 12위를 기록했다. [소치=사진공동취재단]


2000년 8월. 전기기술자 박종석(47)은 8m 높이의 전신주에서 추락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끔찍한 사고는 그의 하반신을 앗아갔다. 척수장애 1급. 그의 나이 서른셋이었다. 병상에 누운 그는 절망했다.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소치 패럴림픽 좌식스키 대표
사고로 다리 잃었지만 '광속 질주'
"지금 47세, 평창까지 꿈 이어갈 것"



 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비쳤다. 재활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장애인알파인스키 대표팀을 이끌던 김남제 감독을 만난 것이다. 스키 국가대표 출신인 김 감독은 낙하산 사고로 장애를 얻은 뒤 장애인 스키로 방향을 바꾼 케이스였다. 김 감독은 박종석의 탄탄한 상체를 보고 좌식스키를 권유했다. 좌식스키는 척수장애나 뇌성마비 장애인이 앉아서 타는 종목이다. 운명처럼 스키를 접하게 된 박종석은 2006년 토리노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소치 대회까지 세 번이나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혼자서 화장실 가기도 힘든 몸으로 스키를 타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공포와 다시 마주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추락사고로 장애를 입은 그가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코스를 내려오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박종석은 “ 무섭긴 했지만 내려올 때 느끼는 희열이 대단했다. 또 코스를 통과하는 기술이 늘어날 때의 쾌감도 정말 크다”고 말했다.



 그가 전문선수가 된 건 2004년이었다. 어디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스키를 타고 세상을 향해 질주하는 행복 하나로 충분했다. 박종석은 “솔직히 멋모르고 덤볐다.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처음 출전했던 2006년 패럴림픽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며 웃었다. 당시 그는 대회전 30위, 회전 36위에 그쳤다. 장애인 선수들이 타는 모노스키 가격은 500만원에 이른다. 또 정기적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해 포인트를 따지 못하면 패럴림픽에 나설 수 없다. 개인의 힘으로 오래 할 수 없는 운동이다. 막무가내로 달린 그에게 행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하이원이 2008년 10월 국내 최초로 장애인스키 실업팀을 창단한 것이다. 덕분에 박종석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됐다.



 47세 나이에도 그는 계속 도전하고 꿈꾼다. 박종석은 “소치에 와보니 52세 선수가 있더라. 2018년 평창 대회 때 난 51세에 불과하다”라며 “ 6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이규혁(36) 선수를 보며 참 부러웠다. 나도 최선을 다해 평창까지 내 꿈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8일 활강 12위를 기록한 박종석은 주 종목인 회전(13일)과 대회전(15일)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소치=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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