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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15분 진료 준법 투쟁

중앙일보 2014.03.11 00:18 종합 28면 지면보기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좀 더 물어볼 걸···.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간호사를 붙들고 한두 가지 물어보지만 영 시원찮다. 큰 병원이든 작은 병원이든 의사를 만나고 나오면 뭔가 허전하다. 부족함을 메우려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고 만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는 한국 의료를 축약한 것이다. 대기 시간은 다소 줄었지만 3분 진료는 여전하다. 어떤 경우는 30초 진료도 있다. 상당수 대학병원 의사들은 방 두세 개를 연결하고 통로를 만들어 3분 진료를 한다. 하루에 100명 넘게 보려면 도리가 없다. 자상한 설명은 먼 나라 얘기다.



 어제 집단휴진을 한 의사협회가 특이한 파업 방법을 내놨다. 3일 공개한 파업 일정을 보면 11~23일은 준법진료·준법근무 투쟁을 한다고 돼 있다. 15분 진료하기, 전공의 하루 8시간(주 40시간) 근무하기를 그 방안으로 제시했다. 의협이 무슨 생각으로 ‘15분 진료’를 준법진료·준법투쟁이라고 했는지 몰라도 환자 입장에서는 되레 권장하고 박수 칠 일이다. 어디에도 이를 막는 데가 없다. 15분 진료를 하면서 환자와 가족의 질병이력, 생활습관과 식습관, 스트레스 정도, 심리상태와 고민 등을 꼼꼼히 체크해서 질병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2008년 미국 시애틀에 1년 연수를 갔을 때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은 적이 있다. 미국에는 왜 왔느냐, 무슨 기사를 쓰는 기자냐,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느냐 등등 시시콜콜한 얘기를 캐물었다. 통역으로 대동한 아이의 영어 실력에 한 수 훈수를 했고 학교 생활이 어떤지, 언제 돌아가는지 등을 물었다. 물론 미국은 전문의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고 비싸 우리와 다르긴 하지만, 그 체계는 배울 만하다. 외래환자 진료시간을 초진(初診)은 10~60분, 재진(再診)은 5~40분으로 잡았다(미국의사협회). 질병 정도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눠 오래 진료할수록 수가가 올라간다. 우리는 정해진 게 없다. 의사협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한 의료행위 정의 자료를 보면 초진은 13분, 재진은 9분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진료하는 데가 그리 많지 않다. 하루 75명 이상 진료하다 수가가 삭감된 동네의원이 1만347곳(2012년)이다.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온다. 동네의원이 15분 진료를 하면서 우리 가족 주치의 같은 역할을 하면 안 될까. 필요하다면 상담이나 관리 수가를 신설할 수도 있다. 이참에 3분 진료 패러다임을 깨보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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