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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6만6194 vs 296, 공무원의 기득권 횡포

중앙일보 2014.03.11 00:13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지난해 하반기에 치러진 제1회 행정사(行政士) 시험에 합격한 김상국(49)씨는 지난 6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는 “ 시험을 치르지도 않고 행정사 자격증을 받은 10년 이상 공무원 경력자 6만6194명의 행정사 합격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 김씨는 7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행정사 시험과 관련된 행정사법 등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평등권 과 직업선택의 자유 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사는 수수료를 받고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작성 등을 대행하는 직업이다. 행정서사(行政書士)로 불릴 때만 해도 전문직으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1년 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안전행정부가 주관하는 국가공인자격증 시험이 되면서 응시자가 크게 몰렸다. 1만1712명이 응시해 39.5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최종적으로 296명이 합격했다.



 경쟁시험과는 별도로 1, 2차 시험이 면제된 공직 경력 10년 이상자 6만6297명이 지난해 행정사 자격심사를 신청해 6만6194명이 무시험 합격했다. 일선 군부대들이 직업군인의 행정사 자격증 취득을 적극 독려하고, 경찰이 행정사 자격증 취득자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현직 공무원들이 자격심사에 대거 몰렸다. 안행부 관계자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자격증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경력 10년 이상 공무원들의 경우 직업 군인과 경찰관들이 50%를 넘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행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반인과 공무원들 사이에 과열 현상이 빚어지면서 적지 않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시험을 치르지도 않고 공무원 경력만으로 행정사 자격증을 인정하는 현행 규정(행정사법 부칙 3조)은 공무원들의 기득권 횡포라는 지적이다. 제1회 행정사 시험에 합격한 일반인들이 만든 공인행정사회 유종수(55) 회장은 “전문성을 따지지 않고 2차 시험까지 면제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과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시험에 합격한 배지은(28·여)씨는 “국민연금보다 더 많은 공무원연금을 받는 사람들이야 부업 삼아 행정사를 하겠지만 어렵게 시험에 합격한 일반인들에겐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안행부가 한꺼번에 6만 명이 넘는 행정사 자격증을 남발함에 따라 수급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9319명의 행정사가 등록해 영업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수십만 명이 행정사 시험과 자격심사에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무원=수퍼 갑’이라는 비난을 의식해서도 안행부가 한시바삐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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