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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이라 불리우는 현장 요원부터 '본부 지휘자' 공작단장도 수사 선상에

중앙일보 2014.03.11 00:01 종합 5면 지면보기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는 10일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대선 댓글 사건에 이어 이날 증거조작 사건으로 또다시 감찰의 압수수색을 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직의 수장인 남재준 원장의 거취문제까지 압박받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까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라고 엄명을 내린 만큼 조직에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불똥 어디까지 … 흉흉한 내곡동

 핵심은 이번 사건 진상을 국정원의 어느 선까지 파악하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선양 주재 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소속 이모 영사와 ‘김 사장’이란 공작명으로 활동한 대공수사팀 직원 등은 증거조작 경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특히 ‘김 사장’의 경우 자금을 건네주고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에게 문건을 가져올 것을 지시한 일명 핸들러(Handler·조정관)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현장요원들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전직 대북요원은 “본부 데스크급이라 할 공작단장 등이 우선 조사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을 기도한 협조자 김씨 주장대로 월 300만원의 돈을 정기적으로 받았다면 본부 단장급 선의 결재 없이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지급 내역과 공작 진행 상황도 꼼꼼히 윗선에 보고된다. 본부의 지휘라인도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단장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법적 책임관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국·실장의 경우 특정 공작의 전말을 소상히 파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정보 관계자들의 말이다. 물론 중요사건의 경우 직접 챙길 수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본부 고위층이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 본부까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남재준 원장도 책임을 회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교묘해진 북한의 대남공작에 어설프게 대응하다 분란을 자초했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정보기관에 대한 잦은 인사로 베테랑 대공요원들이 다른 보직을 맡는 등 전문성을 잃어버린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 대공라인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간첩사건을 수사해온 국정원 요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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