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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유감" 6시간 뒤 국정원 압수수색

중앙일보 2014.03.11 00:01 종합 1면 지면보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0일 국가정보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해 4월 30일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수사 때 이후 10개월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철저한 수사 당부가 나온 6시간 뒤 신속하게 이뤄졌다.


박 대통령 "증거 위조 철저 수사 … 바로잡을 것"
검찰, 간첩혐의 유우성씨 출입경 기록 위조 포착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증거자료의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일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정확하게 밝혀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는 사안이 심각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주변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국정원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지난해 정치 개입 댓글 사건으로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던 국정원에 대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며 강도 높은 ‘셀프 개혁’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번 문서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달리 이번 일은 남재준 원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라 국정원 개혁을 강조해온 청와대로선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증거조작 사건 수사팀(팀장 윤갑근)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 내 대공수사팀 사무실과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간첩 혐의 피고인 유우성(34)씨 출입국(출입경) 기록 등 문건 3건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가 기재돼 있다. 외국의 공문서는 국내법상 사문서로 취급된다. 수사팀 관계자는 “유씨의 출입경 기록 자체가 위조됐다는 혐의가 있어 압수수색했다”며 “국정원의 사전 협조를 구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가 국정원 정보활동비 예산으로 여러 건의 문건을 위조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김씨와 돈을 지급한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의 계좌 추적도 벌이고 있다. 국정원 협조자 김씨는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하며 “국정원으로부터 두 달치 월급 600만원과 가짜 문서 제작비 1000만원, 수고비 등을 받을 게 있다”는 유서를 남겼다.



신용호·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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