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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도록 '국정원 정쟁'… 박 대통령, 신뢰 접나

중앙일보 2014.03.11 00:01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실체적 진실을 조속하고 정확하게 밝혀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홍경식 민정수석, 유민봉 국정기획 수석, 박 대통령, 박준우 정무수석. [변선구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 댓글 개입 의혹→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대화록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설 뒷조사 의혹→국정원 개혁 공방→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증거 위조 철저 수사 지시 왜
댓글 때 '셀프 개혁' 기회 줬는데
임기 중 조작 사건 벌어져 실망감
선거 앞두고 방어하면 되레 역풍



 박근혜 대통령 취임 때부터 1년 넘게 정치권을 뒤흔들어 온 정치 공방 이슈의 한복판엔 늘 국정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의욕적으로 일해야 할 취임 첫해부터 박 대통령과 정부는 혼란을 겪었다. 취임 초기 야권의 협조를 구하지 못해 정부 구성이 늦었고, 민주당이 박 대통령의 사과와 특검을 요구하며 54일간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민생법안 처리는 상당수가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해 6월 남재준 국정원장은 민주당에 불리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강수를 두며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관여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국정원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물러나며 박근혜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남 원장의 해임과 국정원 기능의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요구하는 야권에 맞서 국정원 자체 개혁 방안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7월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선 “대북 정보 기능을 강화하고 사이버테러 등에 대응하고 경제안보를 지키는 데 전념을 다하도록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혁안은 스스로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고, 이후 그 입장을 유지해 왔다. 남 원장에게 그만큼 신뢰를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이 다시 불거지자 박 대통령이 국정원에 실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10일 이번 사건을 엄정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도 국정원의 행태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건 초반에는) 국정원이 정보기관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모두 밝히기 곤란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봤지만 자꾸 내용을 확인해 보니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검찰 조사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는 초기만 해도 국정원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는 정보 입수 경로나 정보원 등 비밀 부분이 있을 것으로 봤다. 더욱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씨의 출입경 기록 등 핵심 문서가 위조됐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이런 저런 정황증거들이 나오면서 청와대 기류도 변하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선 “남재준 국정원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박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했을지가 궁금하다”며 박 대통령조차 국정원으로부터 정확한 실체를 보고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6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국회 회동에서 댓글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라는 요구에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증거 조작 논란은 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박 대통령으로서도 마냥 국정원을 보호해 줄 명분이 약해진 셈이 됐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6·4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란 점도 작용한 것 같다. 국정원의 책임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남 원장을 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새누리당은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국정원을 방어해 줬다가는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회 정보위 소속인 정문헌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작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윗선이 이를 몰랐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증거 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며 남 원장을 겨냥했다.



글=천권필·허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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