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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오염수 차단했다는 그곳 … 방사능 측정기 불난 듯 '삐삐삐'

중앙일보 2014.03.07 02:3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달 23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앞바다에 접근한 본지 김현기 도쿄특파원이 촬영을 위해 특수 마스크를 벗고 포즈를 취했다. 취재진이 제방 옆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테트라포트)에 다가갔을 땐 들고 있던 방사능 측정기의 수치가 기준치의 110배로 치솟았다. 3년 전 수소폭발 당시의 충격으로 무너진 3호기가 보인다. [후쿠시마=서승욱 특파원]


1만8520명의 희생자(실종자 포함)와 사상 초유의 원전사고를 초래한 3·11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 만 3년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3년 … 배 타고 100m 앞까지 가다



중앙일보·JTBC 취재팀은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바닷길을 통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바로 100여m 앞까지 접근했다. 뻥 뚫린 바다라 방사능에서 자유로울 줄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취재팀을 맞은 건 공포의 바다였다. 그곳에는 바다로 철철 흘러나오는 오염수와 ‘방사능 핫스팟’으로 변해버린 방파제가 있었다.



 지난달 23일 오전 9시 후쿠시마 이와키시 히사노하마(久ノ濱) 항구. 2개월여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이와키 어업협동조합과 일본 해상보안청으로부터 어선을 타고 원전에 접근하는 허가를 받아냈다. 목적지는 항구로부터 30㎞가량 북쪽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



 취재진을 태운 배는 4.9t 13인승의 저인망 소형 어선 ‘고운마루(幸運丸)’ 호다. “이래 봬도 최고 시속 57㎞까지 나온다”는 요시다 요시오(吉田吉雄·61) 선장의 자랑처럼 전속력으로 배가 달리기 시작하자 취재진은 강한 바람과 물보라 때문에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출항 후 10분가량 지나자 왼편으로 히로노(廣野) 화력발전소가 나타났다. 일본 내 54기의 원전이 모두 멈춰서 있어서인지 이곳의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연신 피어 올랐다. 다시 뱃길로 20분가량 달리자 이번엔 후쿠시마 제2원전이 나타났다.



 3·11 당시 비상전원 4개 중 1개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제1원전과 같은 참사를 면할 수 있었던 곳이다.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니 시간당 0.09 마이크로시버트. 일반인의 방사능 피폭 허용 기준치인 약 0.19마이크로시버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오전 10시. 항구를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자 후쿠시마 제1원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긴장감이 갑자기 고조됐다. 취재진은 방호복과 특수 마스크를 착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건 하얀 외벽으로 내부 건물을 감싼 4호기. 1533개의 핵연료봉을 꺼내 옮기는 작업이 진행 중인 터라 각종 크레인과 공사용 장비를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 오른편으로는 3년 전 3월 14일 오전 11시1분 수소폭발을 일으켰던 3호기가 서있었다. “수소폭발이 아닌 핵폭발이었다”란 분석이 나올 정도의 대규모 폭발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듯 3호기 외벽 윗부분 곳곳은 무너져 내린 채였다. 1·2호기는 깨끗한 외벽으로 정돈돼 있었다.



 4호기 왼쪽 산기슭에는 오염수 저장 탱크들이 보였다.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사고 덩어리’다. 현재 이곳에 설치돼 있는 탱크는 약 1000개. 양으로 따지면 43만t으로 올림픽 정규 규격 수영장 150개가량을 가득 채울 정도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지난해 9월 올림픽총회에서 “오염수 영향이 0.3㎢ 내에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장담했던 항만으로 다가갔다. 원전으로부터의 거리는 불과 100여m.



 “삐~삐~.” 취재진이 촬영을 위해 뱃머리에 오르자 방사능 측정기가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수치는 시간당 2마이크로시버트. 기준치의 10배였다. 상황은 급변했다. 배가 제방을 끼고 돌면서 테트라포트라 불리는 뿔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 옆을 지나가는 순간 방사능 측정기 화면이 돌연 새빨갛게 변했다. “삐삐삐.” 정신없는 경고음이 울려댔다. 위험 상황이란 뜻이다. 공포가 엄습했다.



누군가 “안 돼! 더 이상 가까이 가면 안 돼!”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치를 보니 무려 21마이크로시버트. 기준치의 무려 110배였다. 뻥 뚫린 바다에선 방사능 수치가 높지 않았지만 원전에서 흘러나온 방사능이 3년 동안 계속해서 달라붙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른바 ‘핫 스팟’이 돼 버린 것이다.



 테트라포트에서 멀어지자 수치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200m가량 동쪽으로 이동하니 삼각형 모양의 항만은 위쪽으로 50m가량 뻥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항만 내 물이 태평양 앞바다로 그대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항만 내에서 방사능 희석 작업을 한다 해도 매일 300t의 지하수가 원전 내 고농도 오염수와 섞여 항만으로 새 나오는 상황에서 도무지 바다의 오염을 차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원전 앞바다에서 취재를 하는 동안 멀찌감치서 한 척의 배가 계속 취재진이 탄 배를 감시했다. 요시다 선장은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이라며 “계속 뒤를 쫓아오다 우리가 제1원전 앞에 멈춰서니 (순시선도) 세워놓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제1원전 앞바다는 후쿠시마 내에서도 참 좋은 어장이었다”며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야. 1~2년 후에 지하수가 (방사능 오염수와 섞여 바다로 흘러나오는 게) 멈추는 것도 아니고…, 지구가 없어질 때까지 나오는 거잖아.”



 바다에서 본 후쿠시마의 비극은 요시다 선장 말대로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기도 했다.



후쿠시마=김현기·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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