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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품질 목숨 건 중소기업에 기회는 온다

중앙일보 2014.03.07 00:46 경제 10면 지면보기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중소기업이라면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네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자금·기술·인력·판로다. 그중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가 바로 국내 판로와 마케팅 문제다. 인력이나 자원 부족에서 비롯된 일부 제품의 고르지 못한 품질도 문제지만 중소기업 제품이라면 먼저 의구심부터 갖는 소비자의 인식, 좀처럼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대형 유통망, 그리고 미흡한 애프터서비스 시스템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은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다년간 다양한 중소기업 판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오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을 직접 팔아주거나 전용매장을 제공해주는 정책매장 사업, 효율적인 AS 제공을 위한 통합 콜센터 운영, 그리고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과 품질 및 생산관리 컨설팅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중소기업 스스로가 제품력을 높이려는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해주고 싶어도 제품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또 정부가 아무리 지원을 하고 홍보해도 제품력이 떨어지면 이 역시 의미가 없어진다.



 이를 위해 정부나 중소기업 지원 기관에서는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소비자단체와 협업해 소비자 품질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기업·중소기업·외국기업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비교 평가하고 이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바로 알리자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품질에 손색이 없고 저렴한 우수 중소기업 제품들이 발굴됐다. 그 결과 중소기업은 더 많은 판로를 개척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력을 지닌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가끔 품질 비교평가 결과를 두고 특정 기업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 사업의 근본적인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부작용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품 선정, 품질 시험 평가 방법과 기준 등에 대해 해당 기업과 초기 단계부터 사전 협의하고, 시험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리고 소명 기회도 부여한다. 간혹 기업의 재검사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절차적 합리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도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품질 개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블랙 컨슈머 한 명으로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세상이다. 이제 중소기업들에도 ‘소비자 경영’이 절실한 시기다. 아직도 모래알 같이 수많은 중소기업이 만든 기술력 있고 품질 좋은 제품들은 형편이 안 돼서 제대로 된 비교 평가 기회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기관들도 절차적 합리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만큼 우리 중소기업들도 제품을 통해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중소기업 제품이 사는 길이며 또한 소비자들과 함께 공생하는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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