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바루기] 뜻을 제대로 알아야

중앙일보 2014.03.07 00:46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제 곧 야구 시즌이다. 미국 프로야구는 벌써 시범경기에 돌입했고 우리나라도 이번 주말부터 시범경기가 시작된다. 프로야구에서는 볼거리가 많지만 그중 백미는 홈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야구 팬이라면 올해도 추신수, 이대호, 이승엽, 박병호 등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언론에서 야구 경기를 보도할 때 “추신수 선수가 시즌 20호 홈런을 작렬했다” “이대호 선수가 연장 끝내기 홈런을 작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처럼 ‘작렬하다’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작렬하다’는 ‘터지다’란 뜻이기 때문에 사람을 주어로 쓰면 이상한 문장이 된다. 즉 “추신수가 홈런을 터지다”란 의미가 되는 것이다. 이때는 “추신수의 시즌 20호 홈런이 작렬했다”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20호 홈런이 터졌다’란 의미가 되므로 문제가 없다. 아예 “추신수가 20호 홈런을 터트렸다”로 고쳐도 된다.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머리와 꼬리가 호응하지 않는 경우는 이외에도 찾아볼 수 있다.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나이지리아에 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아부자 공항에서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사열(査閱)’은 ‘조사하거나 검열하기 위하여 하나씩 쭉 살펴봄’이란 의미를 지닌 단어다. 올랑드 대통령이 의장대를 살펴보는 것이지 의장대가 대통령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올랑드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로 해야 한다.



 요즘은 전셋집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집값이 오르지 않고 금리가 낮다 보니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동생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에 원룸을 임대해서 살고 있다.” 이 경우는 임대(賃貸)와 임차(賃借)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다. 임대는 ‘돈을 받고 자기 물건을 남에게 빌려 줌’이란 뜻이고, 임차는 ‘돈을 주고 남의 물건을 빌려 씀’이란 뜻이다. 동생이 원룸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빌려서 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원룸을 임차해서’라고 써야 한다.



김형식 기자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