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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성장엔진 달거나, 배당 팍팍 주거나

중앙일보 2014.03.07 00:40 경제 8면 지면보기
성장의 꿈이 있거나, 배당을 확실히 주거나.


부진한 증시에 뜨는 종목은
호텔신라·네이버·서울반도체 …?
PER 높지만 고성장 기대 커져

 요즘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주식의 성격은 양 갈래로 판이하게 나뉜다. 한쪽에선 성장성은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배당주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고성장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으니 눈높이를 낮추라는 얘기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그럴수록 성장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저성장의 시대에 성장에 대한 갈증은 더 커지기 마련이고,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들이 돋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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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주가도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증권 백찬규 연구원은 “증시가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지만 배당주나 성장의 희망을 주는 종목들은 ‘프리미엄’을 톡톡히 받고 있다”면서 “불확실한 투자 환경에서 색깔이 분명한 종목들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주가도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호텔신라의 주가는 5% 넘게 오르며 9만원 고지에 올라섰다. 장중에는 신고가(9만1500원)도 경신했다. 올 들어 호텔신라의 주가는 37% 급등했다. 면세점 사업이라는 ‘신형 성장 엔진’을 달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연초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화장품 면세점 운영권을 확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호텔신라뿐이 아니다. 네이버·서울반도체도 이날 장중 신고가를 새로 썼다.



 좀처럼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시 상황과 뚜렷이 대조된다. 현재 국내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에 머무르고 있다. PER은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주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배수가 높다는 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아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한국 증시의 PER은 요즘 잘나가는 선진국(14.8배)은 물론 신흥국(10.1배)에도 못 미친다. 항상 그랬던 건 아니다. 한창 잘나갈 때는 13배까지도 갔다. 한국 상장사들의 성장에 대한 기대 수준이 그만큼 낮아져 있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도 주가 수준이 시장 평균을 훌쩍 웃도는 곳들이 꽤 있다. 호텔신라는 PER이 22.3배, 네이버는 무려 41.8배다. 네이버는 가입자 수가 4억 명에 다가서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 내수 기업인 삼립식품(25.3배), 코웨이(19.5배)도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상승세다.



 프리미엄은 신시장을 개척한 기업에만 주어지는 건 아니다. 정부의 ‘내수 살리기’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의 주가도 고공비행 중이다. KCC와 한샘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시장에 봄기운이 돌면서 건설자재와 인테리어 가구 시장도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란 희망이 반영되면서다. 서울반도체는 친환경 조명 확대 정책의 수혜를, 아이센스는 원격 의료사업의 덕을 볼 것이란 전망에 역시 주가가 강세다. CJ대한통운과 OCI는 업황이 바닥에서 벗어나면서 실적이 빠르게 좋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며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성장의 기대가 크지 않다면 거둔 이익을 투자자에게 많이 돌려주기라도 해야 관심을 받는다. 한국전력의 주가는 최근 3개월간 23% 올랐다. 한전은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나면서 6년 만에 배당을 했다. 배당수익률은 0.3%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익이 나면 배당을 한다’는 메시지를 투자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주요 전력·가스업체의 예상 배당수익률이 2.2~2.7%인데 정기예금 금리가 2.7% 수준인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연중 내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통주보다 배당금을 많이 주는 우선주도 최근 뚜렷한 강세 흐름이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성장의 추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배당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배당주 펀드로도 지난해 이후 9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KDB대우증권 노아람 연구원은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과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며 배당 요구도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면서 “이익을 꾸준히 내 배당을 많이 할 수 있는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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