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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치에 파묻혀 눈물 못 닦아주는 국회

중앙일보 2014.03.07 00:30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소아
정치국제부문 기자
석 달 뒤 열릴 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친 일처럼 끓어오르고 있다. 지난 2일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합치겠다’고 깜짝 발표한 이후 정치권은 온통 통합신당과 6월 지방선거 이슈뿐이다. 국회에선 예정에 없던 신당을 만드느라 민주당과 안철수 측 회의가 매일 열리고,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남경필 의원, 김황식 전 총리 등 중량급 정치인들을 선거판으로 소환하고 있다. 일주일 전,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지던 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의장으로서 답답한 마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의결정족수 151명이 되지 않아서 회의를 개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의장에 들어오신 의원님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가시기 때문에 정족수가 되지 않습니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던 28일, 강창희 국회의장이 마이크에 대고 한 말이다. 국회는 2월 한 달을 기초연금법안, 검찰개혁안 등을 두고 대립하다, 마지막 날 각종 민생법안들을 무더기로, 가까스로 처리했다. 그러나 결국 최대 쟁점이었던 기초연금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가 당장 7월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대로라면 법이 없어 불가능하다. 오는 10월부터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체계를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개편한다고 했지만 기초생활보장법안도 표류 중이다. 중증장애인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장애인연금법안도 마찬가지다.



 4월에도 임시국회가 있지만 처리 못한 주요 현안들이 대거 넘어오면 과부하, 부실심사가 우려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연 여야가 타협을 이뤄낼지 회의적이다. 잠깐 2월 국회 성적표를 언급하면, 처리된 법안은 전체 계류법안(6500건)중 2.4%인 158건뿐이다. 이대로라면 고작 158건 법률안 처리에 1분기 예산 1260억원을 사용하게 생겼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합의를 통해 3월 임시국회를 열고 기초연금법안 등 발등에 떨어진 민생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기초연금법안은 1년 가까이 논의돼 온 법이다. 더 논의해 보면 되는데 왜 서두르느냐는 민주당이나, 어차피 완벽한 법은 없으니 일단 시행해 보고 고치자는 새누리당이나 변명이 군색하다.



 야권발 정계개편도 중요하고, 선거도 중요하지만 충실한 법안심사와 입법이야말로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다. 2월 국회 그 마지막 날,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생활고 끝에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자살한 세 모녀 사건을 브리핑하다 눈물을 쏟았다. 많은 국민이 ‘그 눈물에 공감한다’고 했다. 여야가 앞다퉈 하겠다는 새 정치도, 특권 내려놓기도 잘 모르겠다. 고달픈 민생에 함께 울고, 그 눈물을 실천해 줄 국회를 기대해 볼 뿐이다.



이소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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