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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7.5% 성장 … 중국 신용거품 붕괴 방아쇠 되나

중앙일보 2014.03.07 00:27 경제 4면 지면보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올 경제성장 목표(7.5%)를 발표한 5일 의미심장한 사건 하나가 일어났다. 태양광업체인 상하이차오르솔라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시장에 알려졌다. 이 회사가 7일까지 이자 8억9800만 위안(약 1560억원)을 내야 하는데 이를 낼 돈이 없다는 얘기다. 순간 상하이와 홍콩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두 증시는 0.6~0.8% 정도 하락했다. 다른 두 개 회사가 채권 발행을 미루기도 했다.


[뉴스분석]
경제 체질개선 대신 고성장 택해
국가부채 5년 동안 세 배로 늘고
정부 통제 밖 '그림자 금융'시한폭탄
월가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과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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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통신은 하루 뒤인 6일 “서방 전문가들은 상하이차오르솔라 부도가 ‘베어스턴스 모멘트’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신용 거품 붕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3월 미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위기에 빠지면서 금융위기 서막이 오른 바 있다.



 주거래 은행이 급전을 대주면 차오르솔라는 부도는 피할 수 있다. 실제 직전까진 주거래 은행이 자금을 지원해 부도를 막아주는 게 중국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날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 헤지펀드 전문 매체인 알파는 “리커창이 제시한 올 성장 목표 7.5%가 불길한 사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바로 신용 거품 악화와 붕괴다.



 이날 리커창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경제 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말했다. 신용 거품의 점진적 해소나 경제의 체질 개선 못지않게 성장도 중시한다는 얘기다. 중국 전문가들은 “성장과 개혁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 패턴에 비춰 리커창의 성장 목표는 ‘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4조5000억 달러에서 8조2210억 달러로 82% 정도 늘었다. 반면 전체 빚은 5조8500억 달러 정도에서 18조3000억 달러 정도로 세 배 이상 불어났다.



 리커창은 이런 사실을 의식한 듯 “총통화(M2) 증가율을 13% 이내로 유지하겠다”고 보고했다. 돈을 많이 풀지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의 지난해 M2 증가율은 13.6%에 달한다. 목표치 내에서 억제하지 못했다.



 더욱이 M2를 13% 늘리겠다는 건 신용 거품 진정과는 거리가 있다. M2가 13~14% 정도 늘어난 2011년 이후 중국 빚은 아주 가파르게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시중은행 대출을 억제하자 뒷구멍 자금조달(그림자 금융)이 활성화돼서다. 미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그림자 금융 규모는 7조7200억 달러에 이른다. GDP의 94% 규모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경영대학원 교수(금융)는 최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림자 금융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통제권 밖”이라며 “값싼 달러 자금이 홍콩을 통해 들어와 빚이 더욱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리커창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수출 증가를 꾀하기도 어렵게 한다. 위안화 값이 떨어지는 만큼 기업들이 달러 빚을 갚는 일이 더 힘겨워지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전문 매체인 알파는 “서방 전문가들의 눈에 리커창의 성장 목표는 신용 거품 방치로 비치고 있다”고 했다. 그 바람에 “‘헤지펀드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과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의 경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이날 전했다. 소로스는 올 1월 “중국의 상황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직전과 기묘할 정도로 닮았다”고 말했다. 중국이 파국의 순간을 향해 숨가쁘게 질주하고 있는 모양새란 얘기다. 그로스는 올 2월 “중국은 신흥시장 가운데 마지막 남은 와일드 카드”라고 말했다. 최후의 변수란 얘기다.



 그러나 중국 신용 거품이 금융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거란 반론도 있다. 홍콩의 액티스캐피털 김문수 아시아본부장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 부채는 파생상품을 통해 2차·3차로 부풀려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와 달리 레버리지가 낮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중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떠안아 해결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중국 그림자 금융=은행이 아닌 투자신탁 등 제2·제3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 파생상품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서방 그림자 금융과는 다르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상당 부분이 국영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았다. 게다가 그림자 금융에서 조달된 돈이 거품이 한창인 주택시장으로 많이 흘러 들어갔다. 자산 거품과 신용 거품이 연결돼 있는 셈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가 부채 위기로 번지기 쉬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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