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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셸 오바마의 '레츠 무브' 같은 비만 대책 왜 없나

중앙일보 2014.03.07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나라가 부유해지면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질병이 있다. 바로 비만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성인 비만율이 1998년 26%에서 2012년 32.4%로 올랐다. 역대 최고치다. 특히 고도비만(체질량지수 30 이상) 인구는 같은 기간 2.3%에서 5%가 됐다. 고열량·저영양 정크푸드에다 약물 오남용이 날로 증가하고, 아이의 식습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불완전 가정이 느는 점을 감안하면 고도비만 인구 증가 곡선이 더 가팔라질 것이다.



 비만은 고혈압·당뇨·심장병·뇌질환 등의 만성병과 중증질환을 야기한다. 관절질환과 우울증도 비만에서 비롯된다. 비만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질병이라면 고도비만은 중증질환에 가깝다.



 질병으로 끝나지 않는다. 심한 비만 환자는 일자리를 못 구해 저소득층으로 떨어진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정크푸드에 빠져 비만이 악화된다. 대인 관계도 점점 좁아져 외톨이로 전락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비만이 야기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5조5981억원(2010년 기준)에 달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일찍이 비만의 문제점에 눈을 뜨고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셸 오바마가 나서 ‘레츠 무브(Let’s Move)’라는 범국민 캠페인을 벌인다. 모든 가공식품에 열량 표시를 의무화했고 지난달 말에는 열량 표시 글자 크기를 10배 이상으로 키우는 방안을 공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만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우리는 2005년 국가비만위원회와 국가비만관리종합대책을 만들고 비만 치료에 건보를 적용하려 했으나 계획 자체가 흐지부지됐다. 실체가 뭔지도 잘 모를 ‘헬스플랜 2020’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에 흡수돼 잘 보이지도 않게 됐다. 2010년까지는 연 10억원 정도 예산이 있었으나 올해는 영양 표시 등에 4억원밖에 안 쓴다. 모든 비만 환자에게 당장 건보를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선 고도비만 환자부터 검토해야 한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급하다. 국가적인 비만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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