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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저쪽은 프로들 많아 지뢰 깔아놓을 텐데 …"

중앙일보 2014.03.05 01:30 종합 2면 지면보기
민주당과 통합 신당을 창당키로 한 안철수 의원이 4일 전북 전주에서 ‘신당 창당 전북 설명회’를 열고 “사실 오늘은 새정치연합 발기인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하지만 대신에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설명회를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박호군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조배숙 전 의원, 안 의원,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 [전주=뉴시스]


윤여준 의장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 신당추진단 회의가 열리던 4일 오후.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은 여의도 사무실에 혼자 있었다. 그는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윤 의장은 “솔직히 (김한길·안철수) 양측의 본심이 뭔지 아직은 모르겠다. 일단 창당 과정에서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본심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휴, 저쪽은 프로들이 많아가지고 온 사방에 지뢰를 깔아놓을 텐데, 그걸 밟지 말아야 할 텐데…”라고도 했다. 다음은 윤 의장과의 문답.

신당 선언 후 본지 인터뷰



 - 통합 신당이 잘될까.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양쪽의 본심이 뭔지 모르고.”



 -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



 “김한길 대표야 매너 점잖고 세련됐을지 모르지. 그러나 당의 체질과 문화가 있는 거잖아요. 제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할 때 겪어봐서 안다. 얘기만 들으면 그럴싸하다. 어떤 함정이 있는지 모르고. 그러면 말리기 쉽다. 여의도연구소장 할 때 여야 협상을 하는데, 저쪽(민주당)에서 제안한 안을 아무도 분석을 못 하더라.”



 - 안 의원은 민주당을 믿었으니까 합의한 거 아닐까.



 “아휴, 안 의원처럼 순박한 사람은 열 번 속지. 새 정치가 두 분 사이의 말만 가지고 담보가 되는 건 아니다. 민주당도 친노 생각은 다를 거고.”



 - 민주당도 5대 5의 정신을 강조한다.



 “그게 영토의 반을 준다는 얘기가 아니다. 아니라고. 힘과 힘이 부딪히면 힘이 센 쪽이 빨아들이게 돼 있다. 지난번 대선후보 단일화 때 안 봤나? 그게 원래 역학의 원리다. 그러니 저쪽이 5대 5를 아주 마음 놓고 내준 거다. ‘다 먹어’, 하면서.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드러날 거다.”



 - 앞으로의 협상이 중요한 건가.



 “여기는 협상을 해 본 경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그게 걱정이지. 민주당이 새 정치를 하는 세력으로 바꾼다고 한다면 그걸 증명을 해야지. 안 하면 속이는 거고.”



 - 윤 의장도 민주당과 연대 가능성을 얘기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구도가 기본적으론 비슷한데 결론은 이게 아니었다고요. 아휴…. 기본적으로는 ‘안철수당’이 되면 오래 못 버티고 점점 고사(枯死)한다. 고만고만한 대권후보들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새로운 에너지를 못 받아 점점 쇠퇴하게 되는데, 와 보니 그릇이 너무 좁아서 사람을 데려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골똘히 고민한 게, 안에서 만들긴 틀렸고 밖에다 어떻게 구도를 만들어야 하나, 그 고민을 많이 했죠. 근데 이렇게 됐다.”



 - 신당에서 경쟁하면 된 거 아닌가.



 “그렇지. 어떻든 용기 있는 거다. 그런데 이게 거기서 이겨서 솟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간 것인지, 퇴로를 연 것인지…. 덩치를 더 키워서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어쨌든 저 혼자 (안철수 신당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민주당을 선거전에 세게 벼랑까지 몰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한 집이 된다는데 뭘 밀어붙여.”



 - 안 의원은 ‘수권 의지’를 드러냈다.



 “YS(김영삼)가 민자당에 들어갈 때하곤 본질적으로 다르다. YS는 안 의원이 갖지 못한 무기가 있었다. 오랜 세월 민주화 투쟁에서 쌓아온 도덕적 권위, 확고한 지역기반, 견고한 추종세력이 있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새 정치라는 브랜드가 유일한 무기인데, 이미 그게 많이 퇴색했다. 아직 어느 정도 명분은 쥐고 있고,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것도 아니지만 크게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 그런 게 걱정이 되는 거다.”



 - 공들인 후보들이 신당에 들어올까.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들어오겠지만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은 모른다. 부산은 호남 인구가 18%라 민주당 표가 꽤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40% 얻었지 않나. 그걸 따져보느라 결심을 미루는 것 같다. 강봉균(전북) 전 정관도 아직 미정이다.”



 - 지방선거에서 후보는 어떻게 정하나.



 “전략 공천하면 국민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을 거다. 나눠먹기 한다고. 그렇게 했을 때 새 정치는 하루아침에 날아간다.”



 윤 의장은 김성식 전 의원의 이탈을 안타까워했다. 김 전 의원은 ‘안철수 신당’의 창당 실무를 총지휘해 왔다. 그는 “긴 시간 홀로 근신할 것”이라는 글을 남기고 지방으로 떠났다.



 - 돌아올까.



 “안 돌아올 거다. 여기(새정치연합)서 몸을 불사르다시피 했는데, 그 친구 생각만 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통합신당 발표를 듣더니 ‘저는 가겠습니다. 장관님(윤 의장)은 안 의원을 끝까지 보살펴주셔야죠’ 하길래 ‘이 사람아, 당신은 안 하겠다면서 왜 날보곤 하라는 거야’라고 했더니 ‘저하곤 다르시잖아요. 저는 50 평생 살아온 제 삶의 원칙이 있어서 그러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가버렸다.”



 - 삶의 원칙이 뭔가.



 “김형(김성식)이나 나나 한국 정치를 바꾸는 게 평생의 꿈이었다. 그러려면 철근, 콘크리트까지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민주당하고 합친다니까 동의할 수 없다는 거다.”



 - 윤 의장은 계속 도울 건가.



 “의장으로서 최소한도의 일을 하면서 서포트(support)하는 거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살기로 했다. 생각하고 살아봤자 그대로 되지도 않는 거. 뭘 자꾸 생각하나, 머리만 빠지지.”



 안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 건을 윤 의장 등 공동위원장단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 다만 발표 직후 “제 진심을 믿고 해달라. 김 대표도 (새 정치를 한다고) 약속을 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윤 의장은 “1년 내내 발기인대회만 할 거 같아. 우리 벌써 당을 2개나 만들었어. 재주도 좋아”라고 말하며 “허허” 웃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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