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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했는데 … 돌봄 교실은 공사 중

중앙일보 2014.03.05 00:48 종합 14면 지면보기
개학날인 3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A초등학교 돌봄전담교사 김모(42·여)씨는 수업을 마친 1학년 교실 한 곳의 바닥을 닦고 책걸상을 뒤로 밀어내 ‘임시 돌봄교실’을 만들었다. 올해 돌봄 신청자가 20여 명 늘었지만 남는 교실이 없어서다. 교실 한가운데 놓인 가로 3m×세로 4m의 노란색 매트 위에 1·2학년 학생 12명이 빽빽이 올라앉았다. 돌봄교실엔 냉장고·낮은 책걸상·놀이기구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교실엔 TV가 전부다. 김씨는 “예산이 부족해 시설을 추가로 마련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아이들이 아프거나 피곤해도 누울 곳이 없다”고 말했다.


"희망자 모두 무료 수용" 계획
시설·교사 못 구해 곳곳 파행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돌봄교실이 곳곳에서 파행을 빚고 있다. 수요가 는 만큼 인력·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서울시교육청은 겸용교실 증축 시 한 교실당 1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바닥 난방 공사에만 1000만원이 들어가는 등 정해진 예산으로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 B초등학교 돌봄전담교사 김모(41·여)씨는 “냉장고·책걸상이 들어올 이달 중순까지 텅 빈 교실에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C초등학교 교사 박모(33)씨는 “돌봄교실 2개를 급히 늘리는 데 예산을 쓰느라 돌봄전담교사를 뽑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의 경우 개학 직전까지 431개 학교에서 돌봄교실 설치 공사가 덜 끝난 것으로 조사됐다. 돌봄전담교사 1000여 명의 채용도 진행 중이다. 부산·전남·전북은 5~15%의 돌봄교실이 개학일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개학 후에도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학교는 일반교실이나 도서관을 임시 돌봄교실로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학년 이상 학생들은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1·2학년 희망자가 넘쳐서다.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는 3·4학년 학생 50여 명이 돌봄서비스를 신청했지만 한 명도 수용하지 못했다. 3학년 학부모 이모(42·여)씨는 “맞벌이 부부라 돌봄교실을 이용했는데 올해는 맡길 수 없어 답답하다”며 “가사도우미나 학원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예산 부족으로 돌봄교실의 교육프로그램이 줄어든 것도 문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일선 학교에 ‘돌봄전담교사는 수업을 최소화하고 보육에 집중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수업을 하면 수당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맘 김미숙(40)씨는 “지난해엔 돌봄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숙제도 봐줘 믿고 맡겼다”며 “이젠 아이가 하는 일 없이 TV만 보고 앉아있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간식·급식을 직접 조리하기보다 완제품을 사 먹이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도 학부모 반발이 거세다. 간식은 빵·우유로, 급식은 도시락·배달음식으로 해결하라는 식이다. 돌봄전담교사 장모(36·여)씨는 “저녁 식사를 하는 학생이 한두 명일 땐 도시락도 배달 안 돼 밖에서 분식을 사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지침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돌봄전담교사가 교육을 못하게 한다든지 간식을 사 먹이도록 하는 등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며 “시·도교육청이 여건에 따라 구체적인 운영지침을 내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신진 기자



◆돌봄교실=초등학교 정규수업 시간 외에 돌봄이 필요한 학생을 보호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돌봄전담교사가 상주하며 학습지도·상담을 하거나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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