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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00만 승객 잡아라 … 전남~제주 뱃길 전쟁

중앙일보 2014.03.05 00:39 종합 16면 지면보기
제주도로 가는 뱃길 이용자가 지난해 2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계속 늘자 전남 지방자치단체들이 항로를 앞다퉈 열고 있다. 승객을 자기 지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선사의 적자를 보전하면서까지 뱃길 경쟁에 뛰어드는 곳도 등장했다.


7월 강진서 쾌속선 또 취항
2008년 항로 3개 → 올해 6개
"물결에 양식장 피해" 우려도

 전남 강진군과 미래고속㈜은 오는 7월부터 강진 마량항과 제주항을 오가는 여객선을 운항하기로 업무협약(MOU)을 맺은 상태다. 강진군 최남단인 마량(馬良)은 조선시대에 떼배(뗏목)를 이용해 제주도에서 들여온 조랑말을 한양으로 보내던 곳이다. 육지와 제주를 오가는 가장 짧고 오래된 항로가 여객선 항로로 다시 열리는 것이다. 마량항~제주항 여객선 항로 거리는 120㎞.



 이 항로는 ‘제트포일 코비호’가 최고 45노트(시속 83㎞)로 1시간30분에 주파한다. 이 여객선은 항공기 엔진을 이용하는 초고속선이며, 승객 정원은 220명이다. 강진군은 이 배 이용자가 연간 10만 명 이상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편의를 위해 국도 23호선 강진읍~마량면 도로 확장과 포장을 서두르고 있다. 뱃삯은 3만∼3만5000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로운 항로가 속속 열리면서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전남 5개 시·군에서 제주행 선박이 운항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를 오가는 배편은 부산과 인천, 경남 삼천포에서 뜨는 것까지 합치면 8군데나 된다.



 강진군은 현재 선사와 사업 초기 손실 보전 여부를 논의하고 있어 과잉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운항 적자로 인한 손해를 강진군에서 메워줄 경우 군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로 주변의 해상 오염과 너울에 따른 양식장 피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완도군의 경우 인접 지역인 강진에서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는 것을 놓고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쾌속선이 일으키는 파도로 인해 양식장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다.



 전남 지역은 1978년 목포항에서 제주를 오가는 항로가 처음으로 열린 데 이어 이듬해 완도항에서 취항했다. 제주행 항로는 2004년 고흥군에서 쾌속선이 뜨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세 뱃길의 이용객이 2008년 100만 명을 넘어서자 2010년 장흥군이, 2013년 해남군이 신규 항로를 개설했다. 강진군이 계획대로 제주 항로를 열면 최근 4년 새 3개 항로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이순만 전남도 해양항만과장은 “제주를 찾는 선박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어 당장 출혈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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