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영화로 뜬 책, 성공의 법칙은

중앙일보 2014.03.05 00:15 종합 23면 지면보기
지난 1월 1일 방송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5회에서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이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읽고 있다. 이 장면이 방송된 후 책 판매량이 급상승해 현재까지 총 17만부가 팔려나갔다. [사진 SBS 드라마 캡처]


“엄마가 잠든 사이, 죽음의 사자는 아이를 데려가버렸습니다.”

드라마 '별그대' 애니 '겨울왕국'
입소문 타며 관련 도서들 상한가
"한 권에 1~2억" PPL 경쟁 치열
영상 우위의 시대, 필연적 현상



 3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은 딸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엄마(이보영)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죽음’으로부터 아이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어머니의 사연을 담은 안데르센의 동화 『어머니 이야기』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 책은 ‘신의 선물’ 방영에 맞춰 3일 출간됐다. 책을 출간한 북하우스는 “드라마 내용이 책의 테마와 겹친다는 것을 알고 드라마 제작사에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을 제안했다. 3월 말에 동화의 내용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즘 출판계를 지배하는 성공의 법칙은 ‘스크린&드라마 셀러’다.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거나 화면 속에 소품 형식으로 등장한 책들만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한국출판인협회가 집계한 2월 마지막 주 베스트셀러 중 1위는 지난 주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관련서인 『디즈니 겨울왕국 무비 스토리북』이 2위, 이 애니메이션의 영어원서인 『Frozen』과 『겨울 왕국(디즈니 무비 클로즈업)』, 『겨울 왕국 스티커북 500』 등도 각각 4위, 6위, 9위에 올랐다. 인기 드라마와 영화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 10종 중 5종을 점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한 『모모』(왼쪽), 애니 ‘겨울왕국’의 영어 원작 『Frozen』.
 ◆드라마를 잡아라, 출판계 PPL 경쟁=스크린이나 드라마 셀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다수는 원작 출판물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주목받는 경우다. 2012년 말 영화 ‘레미제라블’이 국내 개봉한 후 원작 소설이 한달 사이에 2100여 권 넘게 판매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Frozen』도 ‘겨울왕국’ 개봉 이후 현재까지 5만부 정도 판매됐다. 현지시간으로 2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차지한 영화 ‘노예 12년’의 원작소설은 무려 네 개의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이달 20일에도 출판사 더클래식에서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의 하나로 『노예 12년』을 펴낼 예정이다.



 최근 주목받는 방식은 PPL이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2009년 출간 후 5년여 간 1만권 정도가 팔린 ‘조용한’ 책이었지만 지난 1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후 판매부수 17만권을 넘겼다. 드라마 속 PPL 도서들이 주목받으면서, 드라마에 책을 넣으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이 뜨겁다. 다음달 시작되는 드라마에 PPL을 준비하고 있는 B출판사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사들은 1~2억까지 요구한다. 보통 2회 노출을 기본으로 하고, 어떤 장면에 어느 정도의 비율로 들어갈 것인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돈 있는 출판사들은 다들 PPL에 적극적이다. 서재에 책이 꽂혀 있으면 얼마, 주인공이 누워서 읽으면 얼마,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얼마 하는 식으로 액수가 정해져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문학담당 김희조MD는 “드라마의 내용이나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책이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한 『모모』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헤쳐가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책 속 주인공을 통해 드러낸 사례다. 이 책은 그 해에만 50만부가 판매되고 현재까지 100만부 넘게 팔렸다. ‘별에서 온 그대’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역시 사랑을 배워가는 도민준(김수현)의 심정을 상징적으로 전달했다.



 ‘스크린&드라마 셀러’ 열풍을 바라보는 출판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영상문화가 중심이 된 시대의 자연스러운 반영”이라면서도 “독자와 책이 일대일로 조응하기보다는 부차적인 관계가 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출판사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원작 출판물이 새롭게 주목받는 경우도 많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희·이정봉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