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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보다 더 비싼 중학교 무상 급식 … 과연 만족도는

중앙일보 2014.03.05 00:02 Week& 2면 지면보기



초·중·고교 급식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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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이어 올해는 중학교 전체 학년으로 무상급식이 확대된다. 무상급식 도입 후 서울의 초등학교는 2580원에서 2880원, 그리고 올해부터는 3110원으로 학생 일인당 급식비가 계속 올랐다. 중학교 역시 지난해 3840원에서 올해는 4100원으로 오른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급식비 인상과 함께 학교 급식 식자재로 정부 인증 농산물만 쓰도록 하는 등 급식 질(質)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급식에 대해 못미더워하는 학부모가 많다. 실제 급식 메뉴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학교가 많은 데다 공개를 한다해도 다른 학교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중·고, 그리고 공·사립 등으로 나눠 전국 14개 학교의 지난 학기 급식 사진을 비교해봤다.



서울 반원초·언주초·원촌초·양재초(이상 공립), 경기 성남 보평초(혁신), 서울 여의도중과 충북 청주 청주중(이상 공립), 서울 중동중, 서울 서울고(공립)와 한성과학고(공립·특목고), 진선여고(사립), 충남 천안 북일고(사립·자사고), 그리고 송도 채드윅송도국제학교(사립·외국교육기관), 경기 가평 청심국제중고교(사립)이다. 이들 14개 학교는 적극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를 위해 학교 급식 사진 공개를 흔쾌히 수락한 학교들이다. 모두 학교홈페이지에 로그인 없이 급식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하고있다. 서울 휘문중과 단대부중, 개포중, 서일중 등 역시 매일 급식 사진을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사진을 신문에 싣는 것을 거부했다.



학교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상급학교에 갈수록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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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학교, 전학년 무상급식



초등 5학년 학부모 김주연(43·서울 은평구)씨는 “안전한 재료로 영양소를 고루 갖춰 만든 급식인지 궁금한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중2, 고1 남매를 둔 이영숙(47·성남 분당)씨도 “학교급식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데 여전히 불안하다”고 했다.



특히 올해부터 전체 학년으로 대상이 늘어난 서울 지역 중학교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확대로 급식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궁금해한다. 일인당 급식비는 시도교육청별로 모두 다른데, 서울시교육청에 속한 중학교의 2014학년도 일인당 급식비는 공립·사립 상관없이 똑같이 4100원(우유 포함)이다. 지난해 3840원에서 크게 올랐다. 충북도교육청도 3691원에서 올해 3805원(우유 유상지급)으로 올라 비슷하다. 이는 학부모가 급식비 대부분을 자비로 부담하는 특목고(청심국제고·4075원·우유 포함)나 자사고(천안 북일고·3400원·우유 불포함)보다 높은 수준이다.



값으로만 보자면 중학교 급식이 일인당 급식비가 훨씬 싼 초등학교보다는 물론 웬만한 고등학교나 자사고보다 좋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달 각 학교 급식 사진을 비교해보면 한눈에 보기에도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 급식이 더 푸짐하다.



왜일까. 중학교 학부모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서 이유를 찾는 사람이 많다. 고1, 중3 두 아들을 둔 박모(50·양천구)는 “고등학교는 학부모가 비용을 사실상 전부 부담해서인지 엄마들이 학교별로 꼼꼼하게 비교한다”며 “애들 사이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 등을 비교하면서 어느 학교 급식이 좋은지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이렇게 큰 관심을 기울이는 데다 부실하면 언제든 학부모가 나서서 급식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품질 유지가 된다는 얘기다. 박씨는 “중학교는 어차피 모든 학교가 다 비슷할 것 같아 고등학교 급식만큼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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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vs 유상, 급식 품질 차이는?



그렇다면 중학교에 비해 일인당 급식비가 훨씬 싼 초등학교는 어떨까.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남매를 둔 강모(44·경기 성남)씨는 “첫째는 서울의 한 사립학교에, 둘째는 인근 공립학교에 다닌다”며 “유상급식인 큰애와 무상급식인 둘째의 급식 질 차이가 커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내 돈을 더 내더라도 제대로 먹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상급식 도입이 질 저하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강남에선 이런 불만이 높다.



예를 들어 압구정초는 2011년 무상급식이 도입되기 전 학생당 한끼 급식비가 2917원(학부모 부담 2767원)이었다. 당시 쇠고기는 한우 1등급만 쓸 정도였다. 그러나 무상급식 도입 후 급식비가 2580원으로 뚝 떨어졌다. 예산이 확 줄어드니 급식 질도 같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무상급식 도입 여부와 급식의 품질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학교가 성남시의 혁신학교인 보평초등학교다. 이 학교의 2014학년도 일인당 급식비는 다른 성남시교육청에 속한 학교와 마찬가지로 2500원으로, 서울시교육청보다 싸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푸짐한 메뉴로 유명하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답은 부대비용 줄이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영 보평초 영양교사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 빈 그릇 운동으로 음식물 처리 비용을 줄였다”며 “그 비용으로 우리밀 쿠키나 빵 등 더 나은 식재료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학교들이 주 1회 정도만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빈 그릇 운동을 하지만 보평초는 급식일수 190일 전일 내내 빈 그릇 운동을 한다.



지난해 서울 초등학교 한곳당 평균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195만원이었다. 다시 말해 그냥 버리는 돈이다. 보평초는 이런 낭비를 없애 급식 품질을 높인 것이다. 이 교사는 “빈 그룻 운동으로 한달에 30만원 들던 음식물 처리비용을 식비로 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늘어난 식비는 딸기 등 아이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추가하는 데 썼다. 메뉴가 좋아지니 그만큼 아이들이 음식을 남기지 않아 선순환이 계속될 수 있었다.



사실상 급식비 대부분을 학부모가 부담하는 고등학교는 공립·사립 할 것 없이 대부분 급식 품질이 매우 높다. 과학고인 한성과고(공립)도 그렇다. 한성과고 김정화 영양교사는 “공립학교이긴 하지만 기숙학교라 다른 공립학교보다 급식비가 비싼 편”이라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트렌디한 메뉴를 자주 낸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점심·저녁을 모두 학교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학부모 대부분 급식비용을 더 내더라도 가정식처럼 질리지 않고 푸짐한 급식을 원한다”며 “주2회는 고기를 무한대로 제공한다”며 덧붙였다.



급식, 안전할까



지난해 9월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 6개월여 동안 전국 초·중·고 급식에 일본산(産) 수산물을 사용한 학교는 전국 1만1000여개교 중 616개교였다. 서울이 221개교(806kg)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가 3개교(6kg)로 최저였다. 지난해 말 현재는 전국 150여 개교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은 “집에서 엄마들이 방사능 오염 식재료를 피하느라 일본산 수산물을 사지 않는데 학교에선 아무 생각없이 먹인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일본산 수산물 뿐 아니라 모든 수입 수산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해양수산부(해수부) 안전검사를 거쳐야만 식탁에 오를 수 있다”며 “다만 학부모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올해부터 학교 급식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다음달 신학기부터 학교급식 위생·안전 점검 학부모 참여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일본산 수산물이 급식에 포함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학부모 참여제란 학부모와 공무원이 2인 1조를 이뤄 연 2회 이상 학교급식 위생·안전을 점검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식자재 원산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 식자재만 급식에 쓰인다해도 여전히 걱정을 떨치기 어려운 부모가 있다. 바로 자녀에게 음식물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다.



이명경(36·서울 종로구)씨의 유치원생 아들은 달걀 알레르기가 있다. 집에서는 모든 음식에서 달걀을 빼고 주지만 밖에서는 가려먹이기가 어려워 늘 노심초사다. 이씨는 “독감 예방주사에 달걀 단백질이 들어있어 예방주사도 마음 놓고 못 맞는다”며 “학교는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아이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에 급식판만 봐도 두렵다”고 말했다.



괜한 기우가 아니다. 지난해 4월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던 아이가 우유가 들어간 카레 급식을 학교에서 먹고 뇌사에 빠진 일도 있었다. 시도교육청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내세우지만 대다수 학부모는 친환경 식자재보다 정확한 원산지와 알레르기 유발음식 표기 등을 명확히 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무상급식인 초·중학교는 유상급식인 고등학교에 비해 이런 점이 오히려 미흡한 편이다.



예컨대 천안 북일고는 알레르기 질환 재학생에게 대체식을 제공한다. 북일고 주미옥 영양교사는 “입학시 알레르기 유무를 확인하고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며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 2명을 위해 돼지고기 메뉴가 나올 때는 대체식을 따로 준비한다”고 답했다. 국제학교인 채드윅도 매 학기 알레르기가 있는 재학생의 명단을 받아 따로 관리한다.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학생이 모르고 해당음식을 먹는 일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김소엽·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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