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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여성 경력 단절

중앙일보 2014.03.04 00:52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2014년 2월 6일자 30면>

여성 경력 단절 막기, 아무리 어려워도 꼭 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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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하는 여성들의 경력유지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럽다. 여성인력이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은 여성의 문제일 뿐 아니라 여성 인재의 활용을 왜곡시켜 사회적·경제적 발전에도 부담이 된 게 사실이다. 이번 지원방안엔 각종 육아휴직 사용 촉진 방안과 보육 및 기업체 지원방안까지 담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가 4일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성장과정에서 여성, 특히 일하는 엄마들에게 많은 빚을 졌으며,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최선의 정책 대안은 여성인력”이라고 밝힌 것도 제대로 된 문제인식이라고 본다. 또 여성인력의 적극 활용 없이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인 고용률 70% 달성은 불가능하다.



 이 방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실행의 최대 관건인 기업의 협조 문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시장 내 여성인력에 대한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여성 고용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평을 냈다. 재계에선 인력난과 고용 비용의 상승을 우려하는 볼멘소리가 벌써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기업부담을 최소화하려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추가 비용의 정부 부담 원칙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처럼 비용 부담에 대한 신경전이 날카로운 반면 정부가 뚜렷한 재원마련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최대 약점이다. 따라서 정부가 실효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려면 기업들의 참여와 협조를 끌어내는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촉진하는 방안도 마련됐지만 실질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몇 가지 난제가 있다. 원래 남녀의 동등한 육아참여는 ‘일-가정 양립’ 정책의 근간 중 하나다. 그러나 육아휴직, 특히 남성 육아휴직의 경우 단순히 촉진 내지는 권장하는 방식으로는 별 효력이 없었음을 선진국들이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도 아빠 육아휴직이 의무화되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활성화됐다. 남성들이 일정기간 직장에서 이탈할 경우 조직 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해 적극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아휴직자 차별 금지 또는 배려가 요청되는 한편 사용 의무화에 대한 검토도 시작해야 한다.



 이 밖에도 지원방안이 기존의 고용법이나 보육법과 충돌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괜한 걱정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의 경력단절을 끝내고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이번 방안은 여성이 맘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 구축과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를 통해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의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한겨레<2014년 2월 5일자 35면>

임신하면 사표 써야 하는 현실부터 바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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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부가 발표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은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고 자기 역량을 펼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성 경력단절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는 출산 및 보육으로 인한 퇴직을 막고자 육아휴직 혜택을 확대하고 보육부담을 줄이려는 제도가 눈에 띈다.



 현재 국내 전체 고용률은 64.4%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성 고용률은 53.9%에 그쳐 74.9%에 이르는 남성 고용률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7년까지 전체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인 만큼, 여성 고용률에 주안점을 둔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굳이 고용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인류의 절반인 여성의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 나라와 기업이 성장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독일의 경우 2004년 59.2%였던 여성 고용률을 단 4년 만인 2008년 64.3%로 높인 전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단축근무 등이 먼 나라 이야기인 여성들이 우리나라에는 너무도 많다. 여성 노동자의 80%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 100인 이하 소규모 기업에서는 여전히 임신하면 퇴사를 해야 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게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시행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이런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우선 주력해야 한다. 기업에 세제 지원 등의 유인책을 사용하는 한편, 강제로 사표를 쓰게 하는 기업들에는 철퇴를 내리는 단호함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도 변해야 한다. 기업들은 임산부를 당장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걸림돌’로 생각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고급 여성 인력은 기업의 생산력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임산부 지원, 양육비 지원 등 가족친화 복지제도 시행 뒤 매출액 증가율은 37.1%로 일반기업의 평균 증가율 20%보다 높게 나타났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여성이 좋은 일자리에 진출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점이다. 여성 고용의 핵심은 일자리가 부족한 데 있는 게 아니라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 일자리가 저임금에 장기노동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에 몰려 있는 한, 정부의 이번 대책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고용을 늘리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일자리의 양적 성장을 원한다면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논리 vs 논리

일·가정 양립 vs 경쟁력 제고 … 여성 고용정책 반기는 근거 달라




지난달 정부는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 유지방안’을 발표했다. 여성은 아이 낳고 키우는 동안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육아란 아직도 여성의 몫이라는 생각이 강한 탓이다. 여성 고용률은 30대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며, 이후 일터로 돌아오더라도 단순 계약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최선의 정책 대안은 여성인력”이라고 강조한다. 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도 여성 고용을 안정적으로 높이는 정책은 꼭 필요하다. 여성 고용률은 현재 53.9%로, 74.9%에 이르는 남성 고용률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가 내놓은 여성 경력 유지 지원방안에 대해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환영하는 입장이다. 중앙일보는 이번 대책이 “여성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 구축과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한겨레도 “인류의 절반인 여성의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 나라의 기업이 성장할 수는 없으며” “정부의 이번 대책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람일 것”이라고 이번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두 신문이 이번 정책을 반기는 근거는 미묘하게 다르다. 한겨레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찾는 반면, 중앙일보는 가정과 육아를 튼실하게 한다는 점에 더 강조점을 두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임산부 지원, 양육비 지원 등 가족 친화 복지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일반기업보다 17% 이상 높다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 결과를 앞세운다. 아울러 저임금 장기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기보다, 고급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세우는 것이 “기업의 생산력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여성의 경제 참여 기회를 높여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으로 다가온다.



 반면 중앙일보는 ‘일-가정 양립 정책’을 공들여 설명한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아빠의 육아휴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스웨덴 예를 들며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치기까지 한다.



 제1, 2차 세계대전은 여성의 사회참여를 크게 늘려놓았다. 군대로 빠져나간 남자의 빈자리를 여성이 메우면서, 일터에서 일하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됐다. 중앙일보의 아빠 육아휴직 의무화 검토 주장도 비슷한 효과를 낳을 듯싶다. 필요에 의한 강제는 때로 건강한 상식을 낳기도 한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일이 여성 몫이라는 편견은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중앙일보의 논리는 육아와 가정생활에서의 남녀평등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남성들이 일정기간 직장에서 이탈할 경우 조직 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해 (육아휴직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아빠 육아휴직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이 점에서 여성의 경력 유지 방안을 환영하는 중앙일보와 한겨레 입장에는 둘 다 비어 있는 부분이 있다. 기혼 여성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육아 등 가정 기능이 문제없이 이뤄질 때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가정의 유지보다 경제적 효과와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 참여에만 무게중심을 두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는 ‘모성성이 결핍된 사회’를 걱정한다. 여성 경력 단절을 막는 정책 목표가 여성들이 ‘아빠처럼 일하게 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출산과 육아는 사회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이 두 가지가 여성에게 ‘경력 단절’이 아닌, 그 자체로 훌륭한 ‘경력’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은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인 고용률 70% 정책과 맞물려 있다. 분명한 목표는 모든 역량을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에만 몰두하다 보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주변 요소들을 놓치기도 한다. 언론의 역할은 정부 정책이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을 짚어주는 데도 있다. 이 점에서 여성 경력 유지방안에 대한 한겨레와 중앙일보 사설은 2% 아쉬움이 남는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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