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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드시라고, 농민들 직접 차린 식당

중앙일보 2014.03.04 00:46 종합 15면 지면보기
광주광역시 수완동에 지난달 문을 연 유기농 뷔페 ‘마플’.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민 강용씨(48·오른쪽)가 운영하는 ‘농민 직영 식당’이다. 화학조미료도 쓰지 않는다. [프리랜서 장정필]


농부들이 도심에 ‘농민 직영 레스토랑’을 하나 둘 내고 있다. 싱싱한 식재료를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것이다. 단순히 농작물을 파는 게 아니라 가공을 하고 서비스를 덧붙여 소득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농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친환경 채소에 무항생제 닭
뷔페서 한식까지 곳곳 오픈
손님 늘어 농가수입에 보탬



 3일 점심시간 광주광역시 수완동의 유기농 뷔페 레스토랑 ‘마플’. 전남 장성·무안 등지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키우는 강용(48)씨가 지난달 문을 연 음식점이다. 조리사들의 움직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 앞에 치킨·떡볶이·피자·파스타 등 각종 음식이 차려져 있다. 무농약쌀·유정란·우리밀·토종콩 등을 기본 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치킨은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키운 닭을 잡아 찹쌀·간장으로 양념한 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냈다. 베이킹파우더 대신 천연효모, 물엿 대신 전통 조청을 써서 만드는 빵은 오전 7시30분부터 현장에서 직접 반죽해 구워 오전 11시쯤 내놓는다.



 옆에 있는 샐러드 바의 드레싱(샐러드에 끼얹는 소스) 또한 독특하다. 마요네즈나 케첩, 올리브 오일, 발사믹 소스 같은 것이 아니라 친환경 야채 즙을 내 만들었다. 이날 점심 식사를 하던 조규천(57)씨는 “화학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메뉴들이라 그런지 담백하고 뒷맛이 개운하다”며 “1주에 1번씩은 들른다”고 말했다. ‘마플’이란 이름은 ‘마이너스 플러스’의 준말로, ‘나쁜 것은 빼고(마이너스) 좋은 것은 더했다(플러스)‘라는 의미다.



 전북 전주 근교 모악산 입구의 한식당 뷔페식당 ‘해피 스테이션’. 완주군 구이면 농촌 주민 10여 명이 힘을 합쳐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주인은 동네에서 음식 솜씨를 인정받은 50~60대 주부들이다. 부침개와 각종 나물에서부터 깻잎자반·장아찌 등 전통 음식을 뷔페식으로 차려낸다. 식재료는 100% 완주군 구이면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다.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잔류농약을 테스트해 합격한 농산물만 재료로 쓰고 있다.



 이런 농민 직영 레스토랑은 서울에도 있다. 5년 전 문을 연 서울 수서동 ‘달팽이밥상’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손을 잡고 5년 전 문을 열었다. 비빔밥·쌈밥·청국장 등이 대표 메뉴다. 경기·강원도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을 재료로 쓴다.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점심 때면 한 테이블에 손님을 3~4차례 받고 있다.



 농민 레스토랑은 값이 좀 비싼 편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재료로 쓰는데다, 일부 부식을 외부에서 공급받는 일반 식당과 달리 모든 음식을 직접 조리하기 때문이다. 마플 뷔페 요금은 평일에 성인 1만6800원(초등생 이하 1만2800원)이고, 굴요리와 스테이크 같은 메뉴가 추가되는 주말에는 성인 2만2800원(초등생 이하 1만3800원)을 받는다. 또 메뉴가 수십 가지에 이르는 일반 뷔페와 달리 20여 가지 정도로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이들 식당에는 꾸준히 고객이 늘고 있다. 해피 스테이션에는 평일 150~200명, 주말 250~300명이 찾는다. 친환경 식당이라 식이요법이 필요한 당뇨·성인병 환자들이 많이 온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마플’을 운영하는 강용씨는 “농민 직영 레스토랑은 농민들이 단순한 1차 산업 종사자에서 3차 산업인 서비스업 종사자로 거듭나는 공간”이라며 “값싼 수입 농산물에 밀려 설 자리를 잃는 국산 농산물의 판로를 넓히는 장소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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