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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빼고 매코너상스 이룬 남자

중앙일보 2014.03.04 00:31 종합 20면 지면보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슈 매코너헤이. [로이터=뉴스1]


‘매코너상스(McConaissance, 매코너헤이+르네상스)’.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달라스 … '로 남우주연상
그저그런 섹시남이었던 매슈
아빠 된 뒤 진지한 연기파 변신
"스타가 아닌 배우로 살고 싶다"



 그저 그런 미남 배우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할리우드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45)를 두고 미국 언론이 지은 신조어다.



 매코너헤이는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장 마크 발레 감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연기 인생이 그야말로 부흥기에 접어들었음을 과시했다. 그의 생애 첫 오스카 수상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마초 카우보이였다가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린 뒤 에이즈치료제 사업가로, 다시 사회운동가로 변신한 실존인물 론 우드루프를 연기했다. 매코너헤이는 이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21㎏이나 줄였다. 커피 한 잔과 사과 한 개가 하루 섭취량이었다. 수면시간도 3시간 가량 줄였다. 피골이 상접하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영화 속 모습에서 매코너헤이 특유의 섹시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과도한 체중 감량으로 인한 신체 이상을 느끼면서도, 극한 상황에 몰린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와 미국배우조합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에서의 영광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린다. 자아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라고 말씀해주신 어머니, 내게 항상 용기를 준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코너헤이의 이름 앞에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2년 TV드라마로 데뷔한 그는 주로 ‘웨딩 플래너’(2001)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2003) 등 상투적인 로맨틱코미디의 잘생긴 배우로 소모돼왔다. ‘사하라’(2005)에선 웃통을 드러내며 최고의 섹시남으로 등극했지만, 영화는 악평을 받았다. 여배우들과의 스캔들, 약물남용, 공무집행방해 등 난잡한 사생활로 파파라치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그는 2008년 아빠가 되면서 배우로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당시 모델 겸 디자이너인 아내 카밀라 알베스에게 “아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배우가 되겠다. 흥분도 되고, 무섭기도 한 도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코너헤이는 이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2011)를 기점으로 ‘킬러조’ ‘버니’(이상 2011), ‘페이퍼 보이:사형수의 편지’ ‘매직 마이크’ ‘머드’(이상 2012) 등에서 거칠고 어두운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돈과 명성보다 작품성과 연기력에 주목하는 그의 변신에 평단은 찬사를 보냈다. ‘매코너상스’란 말이 생긴 것도 이 무렵이다. 관객들도 그의 섹시한 얼굴과 몸매가 아닌, 뜨거운 연기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선 베테랑 주식 중개인으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수입 면에서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내 인생의 가장 만족스러운 시기임에 틀림없다. 스타가 아니어도 좋다. 배우로서 살고 싶다.”



 한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13㎏을 감량하며, 에이즈 환자이자 트랜스젠더 역할을 한 자레드 레토(43)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에이즈 환자들과 에이즈로 사망한 모든 분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은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에서 상류층에서 빈털털이로 전락한 여성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45)이 차지했다. 그는 "여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의 편견을 깼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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