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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축제 또 다른 주인공 셋 '쿨한 광고' 로 영화인들 홀리다

중앙일보 2014.03.04 00:24 종합 22면 지면보기
광고 공모전인 쉐보레-오스카 프로그램에서 종합 1등을 차지한 전주영(왼쪽부터)·황선영·조은혜씨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에 모여 활짝 웃고 있다. 35개국 200여 개팀과 겨뤄 1등을 거머쥔 이들의 작품은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전 세계로 생중계 됐다. [오종택 기자]


아이들이 출연한 광고 ‘마스터피스’의 한 장면.
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 극장. 스크린 한가득 아이들의 자동차 추격신이 등장했다.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를 표현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꼬마의 어깨 너머로 누군가 나뭇가지를 하나씩 떨어뜨린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엔진 소리는 장난감 피리로 대신한다. 모형 자동차와 충돌 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이는 악당으로부터 무사히 여자친구를 구출해낸다. 쉐보레는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 도중 새 광고 ‘마스터피스’를 선보였다. 영화 팬들을 위한 축제답게 5명의 아이가 자동차를 이용해 영화를 찍는 모습을 담아냈다.

전주영·조은혜·황선영씨 공동 연출
한예종 공연 때 첫 인연 의기투합
"다음엔 영화 들고 칸·베를린 갈 것"



 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조은혜(24·여)·황선영(22·여)씨와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는 전주영(31)씨가 공동 연출한 작품이다. 이들은 광고 관계자로 아카데미에 초청돼 이 장면을 지켜봤다.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기회를 잡는 과정도 한 편의 추격전이었다. 쉐보레와 영국 광고회사 모필름이 손잡고 ‘파인드 뉴 로드’라는 기치 아래 펼쳐진 공모전에 35개국에서 200여 개 팀이 참여했다. 아시아·유럽·북미 등에서 각 1~5등까지 선발하고 그중 종합 1등을 가려내는 방식이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디지털 디렉터 케리 개프니는 “어린이들의 영화 제작 스토리를 통해 ‘희망’을 보여줬다.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기획의도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세 사람은 2012년 한예종 공연 ‘죽는 꿈’의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처음 만났다. 일반인 배우로 참여했던 전주영씨는 캐나다의 토론토 필름 아카데미 출신이었다. 영화감독이라는 공통된 꿈은 금세 이들을 의기투합하게 했다.



조은혜씨는 “단편 영화 한 편을 찍는데 수백만원이 족히 들지만 사전 지원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며 “해외 공모전이 다양한 종류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에선 1차 예선을 통과한 기획안에는 3000달러(320만원)의 제작비가 선지급됐다.



 지난해 AT&T 공모전에서 탈락한 경험도 ‘반면교사’가 됐다. 당시엔 캐릭터에 치중하느라 가장 부각돼야 할 상품인 휴대전화를 놓쳐버렸다. 황선영씨는 “이야기는 재밌는데 우리 제품이 너무 안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며 “이번에는 빨간색 크루즈 모델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게 일부러 갈대밭을 촬영 장소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만큼 한국어 대사를 모두 빼버렸다.



 다행히 반응은 뜨겁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동영상에는 ‘오스카에서 만난 쿨한 광고’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전씨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확실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조씨는 “다음에는 내 영화로 칸이나 베를린 영화제 무대에 서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글=민경원·구혜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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