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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한은 총재 내정자에게 바란다

중앙일보 2014.03.04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가 4년 동안 통화정책을 이끌 차기 한은 총재로 어제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한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한은맨’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로 시장안정 정책을 맡았다. 합리적 시장주의자로 불리는 그는 한은 집행 임원 시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비둘기도 매도 아닌 ‘중도파’로 분류됐다. 신임 한은 총재에게 요구되는 글로벌 마인드와 전문성·소신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내정자 앞에는 역대 한은 총재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들이 쌓여 있다. 당장 이번부터 적용되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중앙은행 총재의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또한 눈을 밖으로 돌리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경기 침체와 부동산값 하락, 늘어나는 가계 빚과 줄어드는 일자리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시기다. 차기 한은 총재의 어깨가 한층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내정자가 풀어야 할 숙제 중에 통화·경제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장과의 소통과 한은 개혁이다. 현 김중수 총재는 국제 무대에선 한은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내에선 시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불통 중수’로 비판받았다. 시장은 통화정책의 가능성만으로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속성이 있다. 이 내정자는 절제된 용어와 예상 가능한 통화정책으로 시장의 혼선을 줄여줘야 할 것이다.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불리는 한은 개혁도 계속돼야 한다. 김 총재는 한은에 글로벌 마인드를 심고 철밥통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 내부에 많은 불협화음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한은 개혁이 중단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내정자는 한은이 정부 정책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안팎의 주문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지만, 독립성에만 매달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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