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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출마? 차라리 서울시장 3번 하게 도와달라

중앙선데이 2014.03.02 00:11 364호 8면 지면보기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은 각종 서적과 자료로 채워져 마치 도서관 열람실 같은 인상을 준다. 박 시장은 인터뷰 도중 책꽂이에 있는 서류철을 가져다 펼쳐 보이며 자신이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설명했다. 최정동 기자
박원순의 위기.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6·4 선거 앞둔 박원순 서울시장

최근 판세는 그렇다.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장기간 우위에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새누리당의 예상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양자 대결일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백중세이지만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을 합쳐 3자 대결일 경우엔 오히려 새누리당 후보에게 3.4%포인트(KBS), 6.3%포인트(MBC)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6·4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두고 중앙SUNDAY와 만난 그는 “서울 시정을 잘하면 그걸로 시민이 판단해줄 것”이라며 여유 있는 태도였다. 인터뷰는 지난 달 25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최근 여론조사는 과거와 다르다. 3자 대결에선 박 시장이 오히려 뒤진다.
“그런가? 주초에 어떤 신문을 보니 내가 압도적으로 앞서 있던데….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오늘 여론조사를 발표했다고 확정된 건 아니잖은가. 나는 서울시장으로서 마지막까지 시정을 돌볼 뿐이다.”

-현실적으론 새정치연합과 연대해야 가능성이 크지 않나.
“그것조차 내 마음대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남은 기간 수많은 정치적 변수가 있겠지만 내가 할 일은 시정을 살피는 것이고, 나머지는 내 손을 벗어나 있다.”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은. 찬성인가 반대인가.
“상황 따라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객관적 상황으론 야권이 분열되는 것보다는 당연히 합치고 연대해야 하지 않겠나.”

-오늘 안철수 의원을 만났나(2월 25일 박 시장과 안 의원이 점심 회동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헛소문이다. 안 만났다. 안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경로를 갖고 있고, 신당의 방향도 있고, 그걸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은가. 안 의원과 나는 기존 정치인과 달리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시민의 바람과 소망을 존중할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자기 배반이 된다. 좋은 결론이 나오길 기대할 뿐이다.”

-말씀대로 정치적 성향, 궤적 등을 보면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 신당 쪽에서 출마하는 게 맞지 않나.
“예컨대 가정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부모형제를 버릴 수 있나. 그럴 때 오히려 내가 외지에 나가 열심히 돈을 벌어 집안 봉양하는 게 의리고 상식이다. 민주당 인기가 저조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가 당을 나가는 것을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솔직히 내가 2년 몇 개월 서울시장 해 보니 정당하고는 별 상관없더라. 선거철 되니 시끄러운 거지.”

서울시장은 정치적 단계가 아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안 의원의 양보론 발언으로 꽤 시끄러웠다. 이번에 진짜 박 시장이 안 의원 쪽에 통 크게 양보할 의향은 없는가.
“서울시장이라는 직책이 내 것인가, 아니면 안 의원 것인가. 2011년 안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겠다, 대신 박 변호사를 지지하겠다’ 한 것은 서울시장을 본인보다 잘할 사람이라고 봐서 그러지 않았나.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걸 누구한테 양보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건 서울 시민의 뜻이며 소망이고, 그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또 정말 나보다 서울시장을 백 번 잘할 사람이라면 양보가 아니라 포기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공직을 수없이 권유받아 왔고, 마음만 내켰다면 얼마든지 할 기회가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시민사회에서 인생을 끝내야겠다, 이런 확고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확신을 거두고 현실 정치권에 발을 디딘 이유는.
“운명이지 않을까. 그 이전에 정치적 뜻이 있었다면 이미 들어가지 않았겠나. 김대중 정부에서도 민정수석 제안이 있었고, 당시 한나라당에서도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했고. 총리부터 국가정보원장까지 웬만한 자리의 하마평에 안 오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 2년 전 시장 출마를 결심한 데엔 정치가 이렇게까지 시민을 배반할 수 있는가 하는 분노와 절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선에 성공하면 대권 후보로 부상한다. 다음 대선에 출마할 의사는.
“처음부터 말했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자마자 ‘무슨 시장으로 남을 거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내 브랜드를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게 대선과 연결되니까, 서울시장으로서 폼 나는 일 하나 해서 대선에 나가곤 했으니 말이다. 서울시장은 (정치적) 단계가 아니다. 지금까지 내 앞을 걸었던 많은 시장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서울시를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들고 싶은 야심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대선과 관련해선 시민의 뜻에 묻겠다’고 하는 등 과거와 톤이 달라졌는데.
“전혀 아니다. 맥락을 다 읽어보면 그렇지 않을 거다.”

-그럼 대선 출마할 뜻이 없다는 말인가.
“거듭 말했다. 이젠 서울시장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닌가. 예컨대 뉴욕의 블룸버그 시장, 런던의 켄 리빙스턴 시장, 파리의 드라노에 시장 등은 두세 번 연임해 10년씩 했다. 그러니 나도 세 번 정도 할 수 있게 도와달라.”

-그럼 차기 대선 안 나가고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다는 뜻인가.
“농담도 못 하나(웃음). 아니 3선 시장이 없는 바 아니지 않은가. 10년 정도 제대로 한다면 서울을 반듯하게 만들 수 있을 거다.”

-3선에 나선다면 좋아할 경쟁자가 많을 듯싶다.
“그것 역시 내 맘대로 되겠는가. 3선, 뭐 이런 말도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만용 부린다’고 할지 모른다.”

-새누리당의 정몽준 의원이 2일 공식 출마선언한다. 그의 강점을 무엇이라 보나.
“시민들이 더 잘 판단하지 않겠나. 정 의원은 국회의원을 7번이나 한 대단한 분이다. 재벌 회장 아들이라고 하지만 굉장히 서민적인 풍모를 갖고 있다. 나와 아주 재미난 레이스를 할 거 같다.”

박 시장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 불출마를 본인 입으로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출마 안 하겠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동의하는 식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또 “서울시장을 세 번 하고 싶다”고 툭 던져놓고는 “농담도 못 하나”라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외 사례를 거론하고 “10년쯤 해야 서울을 반듯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후 인터뷰가 서울 시정 쪽으로 향하자 박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서류철을 찾아 내놓으며 설명했다.

-막상 시장을 해보니 어떤가.
“너무 신나고 재미있다. 얼굴이 확 폈다. 체질인 거 같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민생을 살피고 시대를 구할 지혜를 많이 가지셨지만 귀양 가서 책으로만 피력하지 않았나. 반면 나는 그걸 직접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어찌 행복하지 않겠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나.
“첫째, 현안을 해결했다. 내가 취임했을 때 서울시엔 20조원 정도 빚이 있었다. 그중 지금껏 3조2500억원, 올 연말까진 6조5000억원 정도 줄일 예정이다. 공약했던 공공임대주택 8만 호 건설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92% 달성했고 70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렸다. 둘째는 갈등 조정이다. 특히 뉴타운이 그렇다. 내가 취임할 때 600군데 넘는 곳에서 찬반으로 얽혀 갈등이 심각했는데, 많은 조정이 이루어졌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세빛둥둥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각종 쟁점이 말끔하게 해결됐다. 셋째, 민생·복지 예산이 32% 늘었다. 환자안심병원, 심야버스 등도 각별했다. 마지막으로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서울의 미래 초석을 다졌다. 2년 반 정신 없이 달려왔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내 브랜드, 시장 개인의 브랜드를 갖지 않겠다는 거였다. 과거 시장은 자기가 빛나는, 그런 것을 꿈꿨고 그러다 보니 서울 시정이 어지러워졌다. 내 임기 중 뭔가 끝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서울, 관광·엔터테인먼트 도시로 거듭나야
-3조원 부채 감축을 두고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한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이 “내년 들어올 돈을 당겨 받은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최고위원은 경제학을 더 공부해주었으면 좋겠다. 미래에 들어올 것을 미리 받는 것도 중요한 거 아닌가. 은평뉴타운에 중대형 아파트 600채가 안 팔리고 있는 걸 내가 현장 사무실 차리고 여러 방책을 동원해 다 처분했다. 문정동 땅도 그렇고, 마곡 지구도 그렇고. 이런 걸 누가 했나. 그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거다.”

-반면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박원순 재선이 새 정치”라고 했다.
“고맙지만 미안하다. 노 전 대표는 반듯한 분이다. 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버렸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좋은 서울시장 후보인데, 나를 위해서라기보단 그분의 철학을 말한 것 같다. 비록 당은 다르지만 우리 시대에 본받을 만한 정치인이다.”

-최근엔 ‘원순노믹스’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 사회는 추상의 시대다. 큰 담론은 좋아하지만 미세한 실증적 정책을 내놓는 것엔 약하다. 그러지 말자는 뜻에서 서울이 지식경제·지적소유권·관광·엔터테인먼트의 도시로 가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하며 그 구체적 방안과 정책을 담은 게 ‘원순노믹스’다.”

-공공기관은 지방으로 이전하고, 서울 인구는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대응전략을 지난해 지시해 이미 보고서가 나온 상태다. 무엇보다 서울을 이기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 뉴욕 인구가 800만 명이지만 세계 비즈니스의 수도 아닌가.”

-지난해 9월 안전행정부 전국 지자체 평가에서 서울이 9개 항목 중 사회복지·환경 등 7개 항목에서 최하위였다.
“국가 위임사무만 갖고 평가해 그런 결과가 나온 거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내려뜨린 일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외에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잘한 게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 일본 모리(森)기념재단이 평가한 ‘세계도시 종합경쟁력 랭킹(GPCI)’에서도 서울은 런던·뉴욕·파리·도쿄·싱가포르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을 보니 권력이 좋긴 좋은가 보다.
“그건 정말 정치가나 공직자에 대한 오해다. 서울시장 자리가 어디 가서 권력 누리는 자리인가. 늘 조심스럽다. 어디 횡단보도 하나도 무단 횡단하기 힘들고, 저녁을 한번 먹어도 모든 것이 공개된다. 역사와 시민 앞에 떳떳하게 행동한다는 게 자신에겐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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