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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법치 흔들” … 민간 탓 vs 정부 탓, 진단은 극과 극

중앙선데이 2014.03.02 00:49 364호 12면 지면보기
지난달 27일 법조언론인클럽 정동식(경향신문 부사장) 회장이 법조언론인클럽과 대한변협 공동 토론회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면 위헌입니까?” 안경 너머로 건국대 한상희(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질문을 던졌다. 객석은 침묵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두고 “진보를 표방한 민주당마저도 통진당 사태에 대해 입을 다물어 우리 사회에서 민주적 정치 지형이 크게 축소됐다”는 주장 도중 나온 말이었다.

‘썰전’ 방불케 한 법조언론인클럽-대한변협 토론회

2월 27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법조언론인클럽(회장 정동식 경향신문 부사장)과 대한변협(회장 위철환) 공동 토론회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과 법치주의’에선 이 같은 고민거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법조계 ‘빅이슈’로 꼽히는 통진당 정당해산심판을 비롯해 개헌, 법치주의에 대한 평가 등 세 가지 주제로 설론(舌論)이 벌어졌다.

진보와 보수로 맞선 정치적 대립구도와는 달리 이 자리에 모인 법조 관계자들은 현 갈등의 시작점을 파고들었다. 심석태 SBS보도국 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엔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장영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한상희·김하중(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김종철(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창균 조선일보 부국장,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민경한 대한변협 인권이사, 황정근 김&장 변호사 등 9명이 참석했다.

민주주의 방어인가, 자유의 축소인가
“이미 내란이 성공한 직후라면, 그땐 나라 자체가 없는 것 아닙니까.” 발제를 맡은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위험에 대한 사전 예방’으로 통진당 정당해산심판을 설명했다. 당장은 국가질서를 무너뜨릴 힘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후에 해당 정당이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됐을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정한 ‘방어적 민주주의(Streitbare Demokratie)’라는 개념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칼 만하임 등이 주창한 ‘전투적 민주주의(Militant Demokratie)’와는 구분돼야 한다는 논지도 끌고 왔다.

장 교수는 “위헌정당 해산심판은 요건과 절차를 매우 엄격하게 함으로써 지극히 수동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란음모가 사실로 밝혀지고 당 차원의 음모라는 게 인정되면 이것은 사상의 자유를 운운할 게 아니라 ‘사실’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장 교수는 말했다.

이에 한상희 교수는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처음 받아들인 유럽에서도 이 제도는 최대한 시행하지 않는 편을 택한다”고 말했다. 실제 터키에서 나온 위헌정당 선언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협약에 위반된다며 국가 패소판결을 한 바 있다. 폭력행사와 같은 구체적인 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은 채 해산 결정이 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할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김하중 전남대 교수는 현실론을 전개했다. 군사적·이념적으로 남북이 대립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대해서까지도 관용을 베푸는 게 민주주의 이념이냐는 것이다. 김 교수는 “통진당의 역사만 따져봐도 이미 주체사상을 신봉해 유죄판결을 받은 NL계열이 만든 정당이기 때문에 그 목적과 활동을 세세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따르는 이념적 가치를 고려해 사후 형사처벌이 아닌 예방적 조치에 따라 판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판에 있어 정치적인 해석은 배제하되 법치에 따라 이들의 정책이 평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장 교수는 “통진당의 강령 가운데 통일정책을 보면 이들이 지향하는 국가가 궁극적으로 어떤 나라인지, 은폐된 목적이 드러난다”며 “통진당의 통일정책이 북한의 통일정책과 유사하다면, 이 정책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당내 의견 수렴이 있었는지 아니면 수장 한두 명이 밀어붙인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법치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데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했다. 다만 그 주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발제를 맡은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인권과 공공질서가 서로 부딪치는 딜레마를 거론하면서 “인권을 명분으로 공공질서를 와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문제나 철도 파업 등을 보고 있자면 체감상 과거 1960년대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예주법종(禮主法從:예가 먼저고 법이 뒤따른다)’과 같은 유교적 전통하에서 법문화가 생성된 데다 국회는 제대로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인권을 앞세운 집단이 보다 조직적으로 공공질서를 무너뜨린다”고 설명했다.

“일관성 없는 사법 현실이 갈등 키워”
민경한 대한변협 인권 이사의 생각은 달랐다. 박근혜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권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기 때문에 법치주의가 도태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 이사는 “검찰과 국정원, 대법원, 행정 각부에서 너무 쉽게 법을 위반하는 데다 언론도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법치주의가 확립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황정근 김&장 변호사는 “일관성 없는 사법현실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사회갈등지수 2위를 기록한 것도 자유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해서라는 주장이다. 실례로 올 1월 헌법재판소가 수형자의 선거권을 인정한 판결을 들었다. 앞서 2004년과 2009년엔 합헌이었지만 5년 만에 뒤집혔다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 문제점엔 대부분 공감
개헌론의 근거로 꼽히는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대부분 공감했다. 다만 대통령제 제도 자체를 반드시 중앙집권적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굳이 개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유신헌법 시절 정치를 초월한 대통령 중심의 헌법을 보던 게 아직 남아 있어서 생긴 착시현상일 뿐”이라며 “현행 헌법은 삼권 분립과 분권이 철저하게 보장돼 있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일축했다. 외려 지난 1년 동안 당원 정치가 상당 부분 실종되고 위축됐기 때문에 정치 관계법상 악법을 고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인 정치 활동을 못하게 하는 사전 선거운동 금지나 높은 선거 연령 등을 ‘악법’으로 꼽았다.

이에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현장에선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의회정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당이 일체가 되지 못하고 항상 대립하는 것은 대통령 권력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권을 잡느냐 못 잡느냐가 ‘전부 얻거나 잃는(All or Nothing)’ 상황을 불러오기 때문에 협치(協治)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조 의원은 “현재 국회 내 개헌 모임은 과반수를 넘어섰고, 어림잡아 180명에 이른다”며 “대권의 몫을 줄여 의회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헌론에 불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직속 개헌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하중 교수도 “김종철 교수의 말대로 법률개정을 통해 개헌을 대체할 수 있다 할지라도, 그 주장이 개헌을 할 필요가 없다는 논지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개헌론이 결국 논의에만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창균 조선일보 부국장은 “국회의원 수를 늘려 비례대표제를 확충하는 안이 늘 거론되지만, 현 정치 현실에서 전체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종철 교수도 “제왕적 대통령제가 된 데 대한 원인은 제대로 짚지도 못하고 대통령제니 4년 중임제니 고치려고만 드는 것은 에너지를 엉뚱한 데 쓰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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