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 돈 버는 첫걸음? 규칙 연구하고 인간 본성 파헤쳐라

중앙선데이 2014.03.02 01:43 364호 24면 지면보기
미국 의회도서관이 소장 한 바넘의 사진(1855~1865년께 촬영).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미국 사람들이 ‘이사 갈 때 성경책과 내셔널지오그래픽만은 꼭 챙겨간다’는 명성이 있는 고급 잡지다. 지금은 모르지만 적어도 ‘옛날’에는 그랬다. 이 잡지의 국제판 편집장에게 물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경쟁지는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의 시간을 뺏는 모든 게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경쟁자다.” 그래서 또 물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편집 방침은 무엇인가?” 이게 답이었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뭔가를 준다.”

<27> P T 바넘의 『돈 버는 법』

편집장의 답변의 원전은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 T Barnum·1810~1891)이 말한 “우리에겐 모든 사람을 위한 뭔가가 있다(We’ve got something for everybody)”이다. 심리학 이론에도 영감을 준 꽤 유명한 말이다. “일반적이고 모호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성격묘사를 특정 개인, 즉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을 지칭하는 심리적 성향을 ‘바넘 효과’라고 부른다(‘바넘 효과’는 역술인이 일반적인 이야기만 해도 점 보러 간 사람이 ‘이 사람, 족집게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다).

최고의 쇼맨 … 19세기 가장 유명한 미국인
바넘은 이야깃거리가 많은 흥미로운 사람이다. 역사상 최고의 쇼맨(showman·행사기획자)이라 불리는 그의 삶을 소재로 한 뮤지칼 ‘바넘’(1980)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854차례 공연됐으며 미국 최고의 연극·뮤지컬 상인 토니상(Tony Awards)을 3개 부문에서 받았다. 그는 오늘날에도 마케팅 분야의 연구 대상인 홍보의 달인이었다. 바넘은 소비자가 광고를 7번은 봐야 실제로 상품을 사게 된다고 주장했는데 자기 홍보(self-promotion)에도 능했다. 그는 자서전 『P T 바넘의 인생』(1854)에 대해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의 자서전은 19세기 말 성서만큼 많이 인쇄됐고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인 중 한 사람이었다.

『돈 버는 법』의 한글판이 포함된 『한 권으로 끝내는 부와 성공』(왼쪽)과 영문판.
바넘이 지은 『돈 버는 법(The Art of Money Getting·1880)』은 축재(蓄財) 분야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부제는 ‘돈 벌기를 위한 황금률(Golden Rules for Making Money)’이다(영문 제목에서 ‘art’에 가장 가까운 우리말은 기술이나 예술이라기보다는 ‘기예(技藝)’다. 기예는 “예술로 승화될 정도로 갈고닦은 기술이나 재주”다. 그렇게 본다면 “The art is long, life is short.”는 “기예는 길고 인생은 짧다”고 옮기는 게 적절하다).

한 시간이면 읽는 분량인 『돈 버는 법』 또한 한때 미국 집집마다 있던 책이었다. 출판 이후 줄곧 절판이란 것을 모르는 책이다. 하지만 내용은 허망할 정도로 누구나 다 아는 상식적인 내용이다. 『돈 버는 법』은 8개 장(章)을 통해 경제적 성공의 20가지 법칙을 설파했는데 골자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 훌륭한 인품, 인내심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광고는 필수라는 것이다. 바넘에 따르면 돈 모으기의 핵심은 버는 것보다 덜 쓰는 것이다. 바넘은 필수품과 사치품 구입 목록을 노트에 적어보라고 했다. 사치품이 필수품보다 3배에서 10배는 많을 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는 빚을 지면 안 된다” “부채는 자긍심을 빼앗아가고 자신을 거의 경멸하게 만든다” “확실한 성공을 위해서는 여러분의 비즈니스에 대해 완벽히 아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신감을 갖고 뛰어들어라, 규칙을 연구하고 무엇보다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라”는 경구로 그는 기본을 강조했다.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인류라는 종족으로부터 차단된 것”이라며 업계 동향을 알기 위해서는 신문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어쩌면 이 책은 안현필(1913~1999) 선생이 지은 영어학습서로 1950년대 초판이 나온 『영어실력기초』를 상기시킨다. 『영어실력기초』 자체가 영어의 기본적·핵심적 내용이 담겨 있지만, 저자 안현필은 영어 공부하다 막히는 경우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읽을 필요도 있다고 권했다. 사실 다수 영어 학습자는 기본에 취약하기에 “I am a boy and you are a girl”이 나오는 중학교 교과서로 돌아가면 얻는 게 있다. 왜 “I am boy and you are girl”이 아닐까. 또 “I am the boy and you are the girl”이나 쌍반점(semicolon·세미콜론)을 써서 “I am a boy; you are a girl” 혹은 “I am a boy. And you are a girl”이라고 하면 뜻이나 어감이 어떻게 달라지는 것일까.

‘사기’로 돈 벌어 좋은 일하고 떠난 부자
경제생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수십 권의 책을 읽었으며 주요 경제 기사도 매일 스크랩해가며 읽지만 성과가 미흡하다면 한 번쯤 초심의 영감을 얻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이 바넘의 『돈 버는 법』이다. 바넘은 “여러분이 무슨 일을 하든 온 힘을 다해 그 일을 하라”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대야망(大野望)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분야가 맞지 않으면 최선을 다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바넘은 이렇게 충고한다. “우리가 짓고 있는 표정이 다르듯 우리의 뇌도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정비공으로 태어났다. 어떤 사람들은 기계를 싫어한다··· 어떤 사람은 자연이 그를 위해 마련한 직업, 또 그의 특별한 재능에 가장 적합한 직업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

사람마다 성공을 막는 특유의 개인적인 걸림돌이 있다. 바넘은 술을 풍요를 막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바넘은 한때 하루 10~15대의 시가를 피웠으며 씹는 담배도 애용했는데, 특히 술에 대해 단호했다. 바넘은 이렇게 간단하게 말했다. “돈을 벌려면 정신이 맑아야 한다.”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난 바넘은 서커스 산업에 투신한 후 흥행사로 성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즐거움을 파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이 정직하고 반듯해야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자신은 사기성이 많은 사람이었다. 가짜 ‘털 달린 물고기’ ‘인어’를 전시해 돈을 벌었다. 하지만 “가장 숭고한 기예는 남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다”라고 말했던 바넘은 자신의 잘못을 상쇄하려는 듯 광대한 땅을 고향에 기증했다. 바넘은 후세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도 강하게 의식했다. 그는 죽기 직전 신문사에 부탁해 자신의 부고 기사를 미리 읽어봤다.

『돈 버는 법』에는 사례나 인용문이 풍부하다.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통용된다는 이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신중하면서도 과감하라(Be both cautious and bold).”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