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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배의 탐사 플러스] '매 맞는 텔레마케터' 도움 요청했지만…

온라인 중앙일보 2014.02.24 10:16
[앵커]



'뉴스를 넘어' 두 걸음 더 들어가는 탐사플러스, 오늘(23일)은 지난 주에 보도해드린 '매 맞는 텔레마케터' 얘기를 다시 꺼내보겠습니다.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팀장에게 상습 폭행을 당하는 텔레마케터들의 영상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쳤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 기관들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사도 6개월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탐사플러스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면서 추가로 입수한 텔레마케터 학대 동영상을 공개합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시내 한 사무실에서 텔레마케터들에게 가해진 충격적인 폭행과



[A 팀장 : 똑바로 서! 넷, 다섯, 여섯.]



계속된 폭언.



[A 팀장 : 팀 매출이 '0'이라는 게 너무 화가 나는 거야. 사람 취급을 안 받아야지만 서로가. 서로가.]



그리고 가혹행위까지.



[자연의 봄은 어김없이 오지만, 인생의 봄은 만들어야 온다.]



인터넷에선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고,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전수경/서울 강남구 : 좀 충격적이에요. 회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게 좀….]



[백한별/경기도 남양주 : 너무 충격스럽고, 보는 내내 심장이 계속….]



[방기태/변호사 : 이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피해는 우리 사회가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많은 시민들은 이런 무자비한 학대를 하는 사람이 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느냐고 따졌습니다.



탐사플러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폭행 피해를 당한 텔레마케터 4명은 지난해 7월 A 팀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A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 동부지검에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A팀장의 개인 신상에 관한 문제와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린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A팀장은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았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최진녕/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 통상 고소사건은 길어도 5개월 내에는 처리하도록 지침이 돼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A팀장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공갈 등의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까지 했습니다.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지자 정부 당국이 조사에 나섰지만 폭행 당한 텔레마케터들을 도울 수 없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기업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는 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청와대 신문고에도 올려봤지만 접수가 됐다는 안내 문구만 왔을 뿐입니다.



[한명숙/민주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고용노동부는 우선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근로자 안전 보호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사건을 조속히 규명할 수 있도록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텔레마케터들이 다니는 회사의 다른 팀에서도 가혹 행위가 있다는 제보를 입수했습니다.



[김00/A팀 직원 : 00를 엄청나게 머리로 주먹으로 막 치면서, 막 뺨 때리면서, 발로 치면서 했었거든요? 머리 막 헝클어질 정도로.]



취재진이 입수한 영상에서도 또 다른 팀원이 가혹 행위를 당하는 듯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 16일 A팀의 사무실.



학대를 당해온 A팀 직원 사이에서 B팀 직원이 보입니다.



[A 팀장 : 언니들 벌 서는 거 봤지?]



잠시 후 B팀 여직원이 A팀원들과 함께 오리걸음을 합니다.



이 여성은 다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할 때까지 벌을 섭니다.



스스로 뺨을 때리는 모습도 지켜봅니다.



[해이해지지 말자. 해이해지지 말자.]



과거 B팀에서 일했던 다른 직원도 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B팀 전 직원 : 방에 들어가서 물건 던지는 소리 나고 '빨리해, 얼른해' 그러고. 억압적인 분위기에 위축되더라고요.]



취재진이 현재 B팀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학대 여부를 물었지만 가혹행위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B팀 직원 : 다이어트한다고 다른 식의 운동들도 복도에 나와서라든가 많이 했어요. 그중의 하나라고 그냥 보는…그냥 봐주는 것이죠. 그걸 갖고 가타부타할 게 뭐 있어요.]



팀장 또한 가혹행위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B 팀장 : 사건이 벌어진 팀 측을 그 친구가 봤을 수도 있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해당 회사도 파문에 휩싸였습니다.



본부장은 곧바로 사직했고, 사장도 회사 내 폭행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업체 사장 : 정신적이건 육체적이건 어떤 거에 대해서 분명히 최대한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고, 보상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것이고.]



취재진은 텔레마케터들이 당한 가혹 행위의 영상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거기엔 피해자들의 악몽 같은 하루가 담겨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4시간가량 연속으로 촬영된 영상입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전화드린 곳은…]



수화기를 들고 있는 여성 뒤로 직원이 오리걸음을 하기 시작합니다.



벌을 서다 일어나더니 스스로 뺨을 때립니다.



30여분 뒤 수화기를 내려놓은 여성은



[알겠습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스스로 뺨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다시 시작된 전화 영업.



직원에게 오리걸음을 시키는 팀장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A 팀장 : 자, 4시다. 벌 서.]



여성들은 다시 구호를 외치며 오리걸음을 걷습니다.



[정신 차리고, 제 시간에 오더하자.]



[눈빛 자신감 결과.]



10여 분 넘게 계속된 오리걸음에 직원들은 제대로 걷지를 못합니다.



팀장은 지친 이들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퍼붓습니다.



[A 팀장 : 나는 뺨을 쳐도 있잖아. 정말 최선을 다하고 미칠려고 하면 내가 도와주려고 하지. 생판 10원 하나 없는 애가 어디서 ㅇㅇ이야. 짜증나게. 좀!]



손찌검도 서슴지 않습니다.



[A 팀장 : 맞아.]



텔레마케터들의 4시간은 무척 길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탐사플러스 보도가 나간 뒤 텔레마케터 사이의 가혹 행위가 이 곳만이 아니라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금융사 텔레마케터 : (나이 드신 여성분께) '그럴 거면 식당가서 설거지나 하라'고 말하고. 남자애가 일을 잘 못하면 옥상 가서 쪼인트를 깐다거나.]



심지어 영상 속 폭행이 익숙하다는 텔레마케터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험사 텔레마케터 : 그렇게 놀라진 않았어요.실적 때문에 상담원 존중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는 실장님들 많으니까.]



이런 폭력에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사 텔레마케터 : 절대 권력이죠. 고객 데이타베이스를 DB라고 하는데 그걸 주는 사람이 실장님이기 때문에.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하는. 안 그러면 저희는 기본급이 없기 때문에 월급을 못 받잖아요.]



영상 속 폭행 피해자들도 마찬가지.



피해자 중 한 명인 박씨는 팀장보다도 4살이나 나이가 많다고 합니다.



[A 팀장 : 내일부터 00언니 인사해주지 마세요.]



하지만 초등학생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로서 회사를 그만두기 쉽지 않았습니다.



[박00/폭행 피해자 : 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부모가 저한테 못해주는 게 너무 많아서 제가 제 아이한테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주고 싶었는데….]



심지어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벌을 선 적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박00/폭행 피해자 : 저희 애를 데리고 벌을 세웠는데 12월, 1월 한참 추울 때 매출이 안 나오니까, 때리는 걸로 안 되니까 애를 빌미로 더 협박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하지만 참으면 참을수록 직장은 점점 더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A 팀장 : 아주 그냥 명랑해. 돈 없는 것들이 명랑하면 안 되는 거잖아. 몰라? 심각하자 10대.]



[심각하자, 심각하자, 심각하자.]



[이00/폭행 피해자 : 막 맞고 있으면 누가 이 상황을 그냥 봤으면 좋겠다. 우리 4명이 아닌 다른 사람이 좀 보고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줬음 좋겠다.]



취재진은 지난 방송이 나간 후에도 A팀장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A팀장의 변호인은 "이들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그 계기가 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각종 학대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자아낸 텔레마케터들.



모두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정부 당국은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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