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도면도 안 보고 구조안전 도장 찍어줬다"

중앙일보 2014.02.24 00:14 종합 14면 지면보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시공은 물론 구조안전 설계도 부실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2009년 건축 공사 당시 이 체육관의 구조안전 검증을 맡았던 건축구조기술사 장모씨가 구조도면을 보지 못하고 구조계산을 직접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관련 서류에 승인 도장을 찍어준 것으로 23일 확인되면서다. 당시 장씨는 서울에서 건축구조사무소를 운영했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붕괴 사고 이후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협회 회원인 장씨를 불러 조사했다”며 “장씨가 ‘도면을 본 적 없고 구조계산을 직접 하지 않았다. (철골 제작업체가 미리 계산해 가져온) 구조계산서를 검토하고 도장만 찍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경주 체육관 시공사인 포항의 S사의 하청을 받아 2009년 철골 구조물을 생산한 업체는 경북의 E사다. 체육관은 철골사전제작(PEB) 공법으로 지어졌다. PEB 공사는 시공사에서 하청을 받은 회사가 설계·구조계산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공법이 단순한 데다 5층 이하, 폭 30m 미만인 건물은 구조기술사의 검증이 필요 없어서다. 하지만 경주 체육관의 경우 폭이 30m 이상(가로 36m·세로 31m)이라 구조기술사의 승인이 필요했다. E사가 장씨에게 미리 작성한 구조계산서를 보내 승인을 부탁한 이유다. 경력 20년의 한 건축사는 “구조기술사가 도면을 보지 않고 구조계산도 직접 하지 않았다면 건축법 위반은 물론 자격 취소 사유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법 시행령 91조 3항은 ‘건축구조기술사는 구조의 안전을 확인한 건축물의 구조도 등 구조 관련 서류에 설계자와 함께 서명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조기술사가 눈의 무게 등을 계산하는 적설하중을 비롯해 전체 건물의 구조 안전성을 설계하고 확인·승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 체육관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장씨를 소환해 건축법 위반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경찰은 경주시청도 구조 설계에 대한 검증 없이 장씨의 날인만 보고 건축을 최종 허가한 단서를 잡고 경위를 확인 중이다. 본지는 장씨의 구체적 해명을 듣기 위해 23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씨는 지난 19일 본지 기자에게 “(구조안전 승인)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었다.

 건축계에선 “유명무실한 구조기술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조기술사 이모씨는 “구조기술사는 사실상 도장만 찍어주는 사람”이라며 “외국과 달리 구조도면을 작성할 권한도, 시공 현장을 확인할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단국대 건축공학과 정란 교수는 “디자인과 경제성을 앞세우는 업계 관행 때문에 안전사고가 되풀이된다”면서 “구조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구조안전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승기·이서준 기자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