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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체벌 고교생 뇌사' 사건 은폐 의혹

중앙일보 2014.02.23 20:22
전남 순천에서 담임 교사에게 체벌을 받은 고교생이 뇌사상태에 빠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학부모는 "학교 측이 출석부 기록을 조작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순천경찰서는 23일 교실에서 학생의 머리를 몇 차례 벽에 부딪히게 한 혐의(폭행)로 순천 G고교 교사 송모(5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송씨는 지난 18일 오전 8시 30분쯤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송모(18·3년)군에게 교실 벽에 머리를 찧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는 S군이 머리를 살살 부딪히자 학생의 뒷머리를 잡고 2차례 벽에 밀친 것으로 드러났다.



송군은 같은 날 오후에 복도를 오리걸음으로 걷는 벌을 받았고 오후 9시 35분쯤 태권도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하교 후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평소 다니던 도장으로 갈 때까지 13시간 동안 특별한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발차기 연습을 하다 쓰러진 송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체벌이 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는지와 체벌 수위와 정도를 파악 중이다. 또 원인 규명을 위해 의식을 잃기 전까지 송군의 행적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송군의 급우들이 재현해 만든 폭행 장면 동영상을 확보했다. 해당 영상에는 2명의 학생이 교사와 학생으로 역할을 나눠 벽에 머리를 세게 미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학교 측은 사고 직후 "체벌은 있었지만 꿀밤 2대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부모들은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학교측이 "송군이 사고 하루 전날 조퇴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송씨와 교감은 지난 20일 송군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구토 증상을 보여 17일 조퇴를 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이 경찰에 제출한 출석부에도 동일한 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나 같은 반 학생들과 부모들은 "송군이 17일에는 정상적으로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갔다"고 진술했다. 부모들도 "사고 전날 집에 와서 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할 정도로 아프거나 구토를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사 송씨는 "송군이 지난 주에 조퇴를 한 것을 착각해 17일로 잘못 기재했다"고 말했다. 2월은 보충수업 기간이어서 학교운영프로그램인 나이스에 입력을 하지 않고 임시 출석부만 작성했다는 것이다. 송군의 같은 반 친구는 "친구가 감기 증세로 지난 주에 조퇴를 한 적은 있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음성녹취록에도 “송군이 17일 오후 조퇴한 내용을 담은 내용의 자술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담임으로부터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송군의 친구 진술이 담겨 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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