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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이산 가족 상봉의 문 활짝 열어라

중앙선데이 2014.02.23 00:15 363호 2면 지면보기
2박3일의 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22일 마무리됐다. 이산가족의 한(恨)을 푸는 행사라곤 하지만 60년 넘게 헤어져 있던 혈육을 불과 몇 시간 만난 뒤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안고 사는 그들의 한을 진정으로 풀어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늘 그랬듯이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

 지금까지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게 해 달라고 신청한 이는 약 13만 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44.7%인 5만7784명이 이미 유명을 달리했다. 고령으로 해마다 평균 3800명이 운명하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20여 년 뒤엔 남쪽에 있는 지금의 이산가족들이 모두 사망할 것이라는 추정치도 있다. 70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들이 생애 단 한 번이라도 가족을 만나려면 향후 10년간 상봉 인원을 매년 62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이번에 건강이 좋지 않은 고령자를 태우고 상봉장에 다녀온 구급차는 이산가족 상봉의 긴박성을 상징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산가족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18일 국무회의)은 시급히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통일부도 ‘대북 협의를 통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올해 주요 업무과제로 꼽았으니,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액션 플랜을 내놔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줄곧 주장해 왔다. 하지만 ‘상봉 정례화’ 주장만 정례화됐을 뿐 남북관계의 경색, 북한의 외면 등으로 인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풀어야 할 일을 정치적·군사적 변수들이 가로막는 ‘비정상’이 마치 정상처럼 자리잡고 만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이산가족의 아픔을 방치할 수는 없다. 물론 북한이 단번에 상시 상봉에 응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 자유로운 서신 왕래, 명절마다 정례적인 상봉 등을 거쳐 상시 교류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확대 조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상봉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원격 화상 상봉도 남북 당국이 합의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북한의 소극적인 자세다. 평소의 행태로 미뤄 북한 정권은 민간교류의 확대를 체제불안 요소로 인식하는 듯하다. 북한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 확대에 당장 응해야 한다. 또 북한은 인도적 교류 창구의 확대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적 대립 해소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살아줘서 고맙다” “살아서 또 만나자”와 같이 피를 토하는 혈육의 애달픔을 북한 정권은 언제까지나 보고만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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