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무현 때도 순탄치 않은 남북관계, 끈기있게 풀어”

중앙선데이 2014.02.23 00:31 363호 6면 지면보기
안희정은 1965년 충남 논산 출신. 고교 때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83년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한 뒤엔 반미청년회 사건에 연루돼 10개월간 투옥됐다. 정치권엔 89년에 입문했고, 92년 총선에서 낙선한 노무현을 이광재와 함께 도왔다. 그때부터 ‘좌희정·우광재’로 불렸다. 2002년 노무현의 대선캠프 정무팀장으로 당선에 큰 공을 세웠지만 이듬해 12월엔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노무현 정부에선 공직을 맡지 않았다. 2010년 지방선거에 나서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를 2.4%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충남지사에 당선됐다.
25일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박근혜 정부 1년] 안희정이 말하는 ‘이건 잘했다’

여당에선 “무난했다” “외교처럼 잘한 대목이 많다”는 자평이 나오지만, 야권은 “불통과 독주의 1년이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둘 다 객관적 평가보다는 편 가르기식 정치공세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모든 걸 진영 논리로만 설명할 순 없다. 야권 인사도 박근혜 정부가 잘한 건 잘했다고 칭찬할 수 있지 않을까.

 대표적인 노무현계인 안희정(사진) 충남지사에게 “박근혜 정부가 1년간 잘한 점을 말해 달라”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난감해 하다 “대승적 차원에서 임하겠다”며 수락했다.

 인터뷰는 21일 충남 홍성에 있는 충남도청의 안 지사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그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과연 진보는 보수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 1년을 점수로 매긴다면.
 “지방 도지사가 중앙 대통령에 대해 덕담이든 험담이든 얘기하는 것도 그런데, 점수까지 매기라니 곤란하다. 점수가 주는 단정성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1년엔 긍정적 요소도 있고, 아쉬운 대목도 있다.”

 -긍정적 요소라면 어떤 걸 꼽겠나.
 “무엇보다 오랫동안 단절돼 있던 대북 정책을, 국정의 한 원리로 강조한 것은 잘한 일이다.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긴장 상태를 완화시켜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건 대한민국 지도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책무 아닌가. 그런데 그간 이 부분에 너무 소홀했다. 전시에도 포로를 교환하는 판국에, 남북 주민들 간에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고 생이별하게 하는 건 지도자들이 잘못한 거다. (박 대통령이 북한과) 여러 가지 갈등 요소가 있음에도 끈기 있게 임해 이산가족 상봉을 이끌어낸 건 잘한 일이다.”

지난 해 4월 충남도청 개청식에 참석하기 위해 헬기에서 내린 박근혜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 대통령, 정제된 언어로 대북 정책 주도
-남북관계나 통일은 과거 정부에서도 가장 중요한 국정 현안 아니었나.
 “한 가지 말해 둘 게 있다. 통일이란 단어를 직접 쓰는 것에 대해선 나는 부정적이다. 장기적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임해야 하는데, 그 단어로 인해 파생되는 논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름 대북 정책을 폈어도 이명박 정부 때엔 남북대화를 전혀 못하지 않았나. 노무현 정부 때도 2007년에 10·4 남북공동선언을 끌어냈지만 그 이전까진 북한의 미사일·핵실험 등으로 남북관계가 순탄하지 못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전임자들의 대북 정책 가운데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국정운영 기조로 정했다. 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유연한 전략으로 남북관계를 잘 풀어냈다.”

 -북한에 대한 강경론은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비슷했다. 결과적으로만 좋은 게 아닌가.
 “단순한 결과론적 비교가 아니다. 북한 정부를 향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전임자보다) 훨씬 더 정제돼 나오고 있다. 그건 대북 정책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에 다른 성과가 있다면.
 “국가부채 문제를 화두로 삼은 것도 좋다.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정부가 재정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해 나가면서 국가부채가 누적돼 왔다. 이명박 정부 때는 국가사업을 마구 추진해 공기업 부채가 급증했고, 전 세계적인 부동산 경기 악화로 우리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까지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공기업 부채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국가부채 해소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필요할 때 필요한 얘기를 한 것이다. 다만 공기업 부채 문제가 민영화 논의로 이어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도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 사이에 선을 그었으니 앞으로 그 점을 잘 다뤄줬으면 한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에 대해 전문가 집단에서 우호적인 평가가 많다.
 “현 정부의 공공개혁 방향이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게 없다. 따라서 평가할 단계도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포괄적으로 국가부채를 언급한 거다.”

 -박근혜 정부의 성과로 다른 걸 또 들자면.
 “세종시에 관심을 갖고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감사한다. 국토 균형발전이 중요하지 않은가?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부 3.0’ 정책도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나도 충남에서 4년째 (같은 정책을) 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빅데이터를 지나치게 일자리 창출과 산업화와 연동시키는 건 정부 혁신의 본질적 요소를 축소하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민간의 창의력을 정부가 당해내진 못한다. 정보 공유, 알 권리 충족, 참여권리 보장에 초점을 두는 게 맞다고 본다.”

 -창조경제는 어떻게 보나.
 “경제 정책은 어렵다. 대통령이 5년 임기로 하기 어렵다. 여야를 뛰어넘어 역대 대통령들이 어떤 경제정책을 해 왔는지, 그 흐름 속에서 자기 색깔을 약간 가미하는 게 맞다고 본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김대중 정부의 벤처 창업, 노무현 정부의 혁신 경제 등을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도 일맥상통한 흐름이 있다. 다만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계획 역시 2차(1967~71년)까지만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20세기식 물량주의적 토목경제에서 창조경제로의 변화를 착안한 건 거시경제적 흐름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년 계획’을 내놓았는데.
 “충남 도정에 바쁘다. 구체적 내용은 잘 모르겠다.”

 -최근 화두인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견해는.
 “(박 대통령의) 모든 정국 현안에 대해 일일이 의견을 내는 건 좀 그렇다.”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는 것 같다.
 “모든 것엔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한다. 우리도 대통령에 대해 얘기할 때 무조건 좋다 나쁘다라고 얘기하지 말고,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깎아내리지 말고. 정치란 내 꿈을 갖고 설득하는 거다.”

대화록 공개는 국가 위태롭게 하는 것
-‘안희정’ 하면 비판의 칼끝이 강한 사람 아니었나. 도지사 되고 달라진 건가.
 “(나는) 과거 대한민국을 이끈 집권세력이었다. 도지사가 돼 바뀐 게 아니라, 국정을 운영해 봤기에 달라진 거다. 말 나온 김에 ‘민주당이 지금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야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훨씬 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당선된 걸 뻔히 알면서 김종필 총리 임명안에 동의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야당의 문제 제기 가운데 여당이 수용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런데 헌법 수호의 상징인 의회에서 여당은 국정원을 두둔하고, 야당은 공격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제발 자신들이 과거에 어떤 얘기를 했는지 기억 좀 했으면 좋겠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5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글쎄, 여론조사에 대해 뭐라고 해야 하나. 다만 대통령이 정당과 거리를 두고 정쟁과 쟁점에서 벗어나 있는 게 국민의 호감을 받는 게 아닐까 싶다. 대신 의회정치는 표류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에 대해 아쉬운 점을 얘기하면.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게 해줬으면 좋겠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내보내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 또 전직 대통령(노무현)의 비망록(남북회담 대화록)을 그렇게 임의로 공개해선 안 된다. 그건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국민이 받을 상처를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다. 상식과 공정성 측면에서 신뢰를 잃지 않기 바란다.”

 안희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도지사는 그의 첫 번째 공직이다.

 “어떤 때 지방단체장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가”라는 질문에 “가슴 아플 때가 더 많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태풍으로 화훼 농가가 큰 피해를 본 적이 있었다. 찌그러진 비닐하우스 앞에서 막막한 내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도지사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되묻곤 했다. 절박함으로 도정에 임하고 있다.”

 그는 도정의 핵심으로 ‘3농 혁신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친환경 유기농으로 생산력을 높이고, 로컬 푸드 시스템으로 유통 구조를 개혁하며, 농촌 마을 가꾸기 사업에 역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6·4 지방선거에선 재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인터뷰 말미엔 자연스레 지방선거로 화제가 넘어갔다.

 -왜 재출마를 결심하게 됐나.
 “4년 임기로는 하려 했던 일을 마무리 짓기에 한계가 있다. 재선 도전은 나의 의무이자 열정이기도 하다.”

 -여론조사를 보면 여당 후보와 일대일 대결에선 우위인데 안철수 신당 후보의 출마를 가상한 3자 구도에선 예측 불허다. 야권 연대에 대한 생각은.
 “그건 국민이 정하는 거다.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 나는 지금껏 내가 펼친 도정으로 충분한 지지를 받았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얻고 있다. 내 길을 갈 뿐이다.”

 -재선에 성공하면 대선 주자의 하나로 부각될 것이란 평가다.
 “재선에 도전해야 하는 나로선 너무 먼 얘기다. 답 안 하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나.
 “(악수를 청하며) 그만하자.”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