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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트집 잡을 변수 많아 6자회담 재개 쉽지 않을 것 김영수 서강대 교수 … 핵 업은 유화공세 경계하고 급소 찾아내 카드로 써야 김성한 고려대 교수

중앙선데이 2014.02.23 00:42 363호 8면 지면보기
김상선 기자
-이번 상봉의 의미는 무엇인가.
▶김영수=“한마디로 ‘아슬아슬한’ 상봉이었다. 남북의 사전협상 과정에서 상봉의 정치화가 뚜렷했다. 또 상봉가족들의 고령화가 뚜렷해 상봉 방식이나 장소를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상봉 자체가 워낙 비(非)인도적이지 않았나. 60년 간 헤어졌던 사람들이 딱 사흘간 만났을 뿐이고 그나마 숙소에서 가족끼리 만난 시간은 극히 짧았다. 이렇게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사람들이 겪을 정신적 스트레스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국민도 이런 변화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자각하게 된 것 같다.”

1차 이산가족 상봉 종료 …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향방은

▶김성한=“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늘 이산상봉에 응해 주는 대가로 경제적인 지원을 요구해 왔다. 이번에도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제안했는데.
▶김성한=“북한은 이번에도 상봉을 한·미 키리졸브 훈련과 연계시키며 가능성을 흐리다 동의해 줬다. ‘통 큰 양보를 했다’며 시혜를 베푼 모양새를 연출한 거다. 북한이 이렇게 남측의 지원을 얻어내는 수단으로만 상봉을 인식하는 한 정례화는 요원하다. 이런 구도를 벗어나려면 북한 정권의 약점과 급소를 찾아내, 공략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춰야 한다. 2005년 북한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은닉한 비자금을 미 정보당국이 찾아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급소가 됐다. 이런 걸 우리도 찾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 활용할 준비를 해 둬야 한다.”

-금융계통인가.
▶김성한=“그렇다. 더 이상은 얘기하기 어렵다.”
▶김영수=“이산상봉의 주도권은 늘 북한이 독점해 왔다. 이젠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북한이 이번에 상봉에 동의한 배경은 무엇일까.
▶김영수=“이번 상봉은 김정은의 대남관계 ‘데뷔’라 할 수 있다. 국내 언론에선 북한이 요즘 경제가 안 좋고 국제적으로도 고립돼 상봉에 응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그건 우리 중심의 생각일 뿐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북한은 이제 자신들이 유리한 입장에 섰다는 판단 아래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역이용하겠다는 계산에서 상봉에 동의했을 것이다. 즉 상봉에 응해 먼저 신뢰를 보여주면 남측이 앞으로 자신들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은 상봉에 응해 주는 대가로 자신들의 ‘최고 존엄’(김정은)을 비방하지 않겠다는 남측의 약속을 얻어냈다. 앞으로 북한은 3월 중 2차 고위급 접촉을 전격 제의할 것이다. 키리졸브 훈련기간 중 제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훈련강도를 낮추고 북한의 얘기를 경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성한=“북한이 상봉에 응한 건 제재에서 탈피하기 위해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북한은 지금 미국과 대화가 안 되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 정상회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기미도 없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대남관계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특히 남측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도 표를 얻을 수 있는 (대북유화) 정책을 펼 것으로 계산하고 북한이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남북대화는 북·미대화라는 진짜 목표를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할 수 있다. 우리가 징검다리에 그칠 것이냐,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는 촉매 역할을 해낼 것이냐 여부는 북한의 유화 공세에 휘말리지 않고 냉철하게 대응하겠다는 마음 먹기에 달렸다.”

-어쨌든 상봉 성사로 남북대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5·24 대북제재를 해제하자는 목소리가 국내에서 나오고 있다.
▶김영수=“5·24 조치를 해제하라거나, 해제하면 안 된다고 하는 논란은 무의미하고 본질을 꿰뚫지 못한 것이다. 북한과 대화하더라도 5·24 조치는 해제하지 말고 앞으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대응 카드로 비축해 두면 된다. 대신 향후 남북대화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별도의 새로운 (지원)조치를 하면 된다. 과거에도 남북 간에는 그 이전에 나온 조치를 사문화한 적이 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5·24 조치 해제를 놓고 우리끼리 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김성한=“5·24 대북제재의 원인을 제공한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이 책임을 인정할 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5·24 조치를 완화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도 제재를 대충 해제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대화 진전에 따라 북한에 지원을 해야 한다면 유엔이나 6자회담 등의 다자무대를 이용해 지원하는 우회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 북한도 이 점에 대해선 충분히 학습이 돼 있을 것이다.”

-북한 내부 정세는 어떻게 보나.
▶김영수=“김정은은 정치적으로 장성택이라는 큰 걸림돌을 제거했다. 경제에서도 지난해 작황이 전년에 비해 4~8% 늘어나는 등 호전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은 핵무기를 가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남관계는 이제부터 자신이 주도하겠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3년 안에 통일을 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의 첫 번째 수로 상봉을 택한 것이다. 즉 이번 상봉은 김정은의 자신감에 기초한 대남 행보라고 본다.”
▶김성한=“북한 정세는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장성택 처형 이후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포정치가 얼마나 갈지는 김정은이 핵능력을 강화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단기간에 권위를 확립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 따라서 지금 김정은의 머릿속엔 핵과 경제의 병진 전략이 들어 있을 것이다. 복숭아로 치면 살(경제) 속에 씨(핵)를 숨긴 형국인데, 우리는 전문가들조차 겉만 보고 김정은이 개혁·개방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국내 언론엔 북핵 문제는 잘 나오지도 않는다. 이렇게 (김정은의 전술에) 현혹돼선 안 된다. 북한과 대화하되, 씨(핵)를 깰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즉 대화에 앞서 북한이 할 일, 즉 우라늄 농축 중단 같은 사전조치를 하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상봉 성사 이후 6자회담 재개 전망은.
▶김영수=“남북관계는 늘 연속극이 될 거란 희망을 뒤집고 단막극으로 끝나 왔다. 6자회담도 성사까지 변수가 워낙 많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부터 북한이 트집을 잡을 수 있다. 6자회담은 열리기 힘들 것이고, 열리더라도 합의를 끌어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김성한=“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다시금 피치를 올리는 듯하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했지만 실제 동북아 외교는 엉망이다. 워싱턴 조야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미국으로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4월 방한을 앞두고 한반도에 뭔가 모양새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크다. 중국도 시진핑 주석의 6월 방한 가능성이 있다. 양국 모두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두 나라가 회담 재개를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도 함께 논의하자’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먼저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평화체제 논의를 개시할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김영수=“보기엔 좋지만 절대 먹을 수 없는 과일이 북한의 평화체제 주장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경계심이 우리 정부가 바뀔 때마다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 해체를 목표로 하는)‘평화체제 딜레마’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잘 인식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에서 사실상 김정은에 대한 형사재판을 권고했다. 이를 계기로 6자회담에서도 북한의 인권문제가 거론될까.
▶김영수=“아주 큰 변수다. 미국이 회담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며 의제에서 빼자고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협상 초반에는 인권문제를 압박하되 핵문제가 논의되는 결정적 국면에선 거론을 미루는 투트랙 전략을 쓸 것이다. 우리도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과 보조를 같이할 것이다.”
▶김성한=“정부가 북한의 ‘최고 존엄’을 비방중상하지 않기로 약속했더라도 인권문제는 이와 별개로 계속 거론해야 한다. 유엔 같은 다자무대에서 인권을 거론하며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국제무대 연설에서 인권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본다. 2004년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자 ‘북한이 대화를 거부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북한인권법을 대표하는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를 북한이 대화창구로 쓰고 있지 않나. 우리 일각에선 인권을 거론하면 북한이 경기를 일으킬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 안 할 거라는 건 오판”이라는 중국 사회과학원 논문을 두고 중국의 대북 전략이 변하고 있다고 보는 건 한쪽만 본 시각이란 지적이 있다.
▶김영수=“그렇다. 사회과학원 학자의 글 한 편이 중국 정부를 대변한다고 보는 건 지나치다.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북한을 보는 중국인들의 의식이 서서히 변하고는 있지만 섣부른 기대는 안 된다.”
▶김성한=“중국이 미국과 한반도 통일에 관해 얘기할 준비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13~14일 방중했던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에 가면 한반도 통일을 논의할 것’이라고 공개하지 않았나. 중국도 이에 관심을 두되 공개표명은 꺼리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인다. 앞으로 중국 정부 발언의 미묘한 뉘앙스 변화를 잘 감지하되 그들의 입장을 곤란하게는 하지 않는 슬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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