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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남자의 아래쪽 ‘눈물’

중앙선데이 2014.02.23 01:53 363호 23면 지면보기
“‘눈물’이 말라 버렸습니다.”

필자의 진료실에선 자신의 성(性) 문제를 에둘러 표현하는 환자들을 가끔 본다. 중년 L씨와 젊은 남성 J씨도 여기 속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반대다. L씨는 눈물이 말랐다고, J씨는 눈물이 과다하다고 걱정한다. 그들이 말한 눈물이란 바로 쿠퍼액(Cowper’s fluid)이다.

쿠퍼액은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여성의 분비액처럼 요도를 타고 나오는 맑은 액체다. 기본적으로 쿠퍼액은 이상(異常) 분비물이 아니라 성적 흥분을 증명하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이 액체는 사정에 앞서 정액의 사출 통로를 적절히 윤활시키고, 요도 내 산성(酸性)을 중화시켜 정자의 생존율을 높인다. 쿠퍼액은 잡균(雜菌)에 대한 방어능력도 갖고 있다.

50대 초반의 L씨에게 이 쿠퍼액이 사라졌다. 대개는 남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해 전립샘과 쿠퍼액을 생산하는 쿠퍼선 조직이 위축되는 것이 ‘눈물’이 줄어드는 원인이다. 쿠퍼액의 감소는 일종의 위험신호다. 남성호르몬 결핍이 원인이면 호르몬의 안정화를 통해 개선시킬 수 있다. 전립샘이나 요도 등에 염증이 있거나 석회화가 돼도 쿠퍼액은 감소할 수 있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와 축축해서 불편하고 창피하고.”

일러스트 강일구
J씨 같은 젊은 남성들은 쿠퍼액 과다를 더 많이 호소한다. 일반적으로 쿠퍼액의 양은 흥분 정도에 비례한다. 특히 연애 초기에 성행위는 못한 채 과다한 스킨십만 오랜 하면 쿠퍼액 때문에 속옷이 축축해지기도 한다. 이는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흥분이 강력했거나 남성이 건강하다는 의미다.

다만 극단적으로 쿠퍼액이 많거나 탁하거나 냄새가 난다면 이는 이상 소견일 수 있다. 특히 비뇨생식기 감염이나 성병이 있을 때 그렇다. 전립샘 비대에 따른 조직의 과다 증식이나 전립샘염도 쿠퍼액 과다 분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병적으로 성 흥분이 지속되는 지속성 성흥분장애(PSAS)가 있을 때도 쿠퍼액이 과(過)할 수 있다.

쿠퍼액과 관련해 젊은 남성들에게 더 잦은 고민은 임신 불안이다. 쿠퍼액에 포함될 수도 있는 정자 수론 실제 임신을 시킬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 쿠퍼액 임신은 다소 과장된 얘기다. 그 정도의 정자 수로 임신된다면 불임으로 고생하는 남성 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쿠퍼액 임신보다 훨씬 임신 위험이 높은 것은 콘돔 없이 성행위를 하다가 사정이 임박하면 삽입한 채 꾹 참고, 못 참을 때 급히 빼서 사정하는 습관이다. 이렇게 질 내에서 참을 때 새는 정액의 정자 수는 쿠퍼액의 정자 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으니 이를 더 조심해야 한다.

성적 흥분의 상징인 쿠퍼액과 관련해 꼭 알아야 할 상식이 있다. 자위든 성행위든 쿠퍼액도 비치기 전에 사정하는 것은 한겨울에 워밍업도 하지 않은 채 운동하는 것과 같다. 이는 요도는 물론 성기능과 관련된 조직에도 좋지 않다. 빠른 사정 습관은 조루의 원인도 될 수 있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듯, 바람직한 성 반응을 위해선 쿠퍼액이 충분히 비친 뒤, 신체가 흥분상태를 거쳐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것이 옳다. 한국 남성 중엔 이런 본인의 성 흥분이나 상대 여성의 성 흥분을 배려할 만큼 전희는 하지 않고 삽입과 사정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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